오전 10시 스타벅스에서 요즘 푹 빠져있는 박완서 작가님의 에세이를 필사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성분의 목소리가 좀 크긴 컸다.
그렇다고 찢어질 듯 한 고함소리는 아닌, 어느 카페에서든 들을 수 있는 데시벨 수준이었다.
별생각 없이 필사에 열중하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이질적인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그쪽 시끄럽다고 쳐다보는 것 아녜요. 그냥 멍 때리는 거예요."
내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아주머니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 시끄럽다고 쳐다보는 거 아니라고요!"
한번 더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시선은 아까와 똑같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성 분이 '나보고 하는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우리 쪽을 한번 쳐다봤다.
"네네, 당신요. 당신 보고 있는 거 아니니 신경 쓰시지 마시라고요."
"아... 네..."
아니라곤 하지만, 진짜 아닌 게 맞는지 헷갈리는 듯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여성분이 대답했다.
주눅 든 듯 목소리를 줄여 다시 지인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시끄러워서 쳐다보는 게 아니고, 그쪽을 주시하며 멍 때리는 거예요."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내 옆의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아... 네..."
알겠다고 했는데 왜 자꾸 말하는 건가 싶은 듯 여성분의 목소리엔 살짝 짜증이 섞여있었다.
에둘러 말하지 말고, 그냥 확실히 원하는 걸 표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내가 요즘 연습하는 건 '확실하게 원하는 걸 말하는 법'이다.
배려한답시고 이래저래 빙빙 돌려 말하다 보면, 상대방이 더 못 알아들을 수 있다.
빙빙 돌리다 보면, 생기지 않아도 될 법한 '감정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
확실하게 말하자! 거기에 배려 한 스푼 살짝 넣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