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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 Oct 26. 2023

 다정)택시 기사님이 나를 병원직원으로 오해했다.

-오해와 친절이 함께 했던 택시 안

 월요일 아침 창문 밖은 여전히 어두운 새벽  몇 시쯤인 듯한데 메슥꺼움과 통증에 잠에서 깨어버렸다.

 급하게 먹은 지난 저녁 식사가 문제였나 싶어 예전에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약을 털어 넣고 다시 잠이 들긴 했지 온종일 잠잠하다 통증이 밀려오다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화요일 아침 어제와완전히 다른 강력한 통증에 놀라며 잠에서 깼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고양이 세수를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에서 자주 가던 병원까지 가는 버스는 대략 20분에 한 대인데, 버스 정류장까지 도보 10분 버스 기다리는 시간 최대 20분 버스 타고 병원까지 가는데 20분 총 50분의 시간을 식은땀 흘리며 서 있을 여유가 없었다.


 집 근처 가까운 병원으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 왔다 갔다 하는 잔병쟁이들은 내 맘을 이해할 것이다. 조금 멀지만 나에게 딱인 처방약이 잘 드는 병원에 가야 싹 씻은 듯이 나을 것만 같은 나의 고집스러움을......


 '택시 타자.'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하며 교통비 아껴 커피 한 잔 사 먹는 게 더 행복한 나인데 정말 오랜만에 '택시'를 선택했다.

 카카오 T로 택시를 호출하고 동네 마트 앞에서 3분 정도 기다리니 '예약'이라는 초록불이 켜진 택시 한 대가 내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카카오 T를 애용한다. 이유는 굳이 목적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가끔 "거기가 어디교?"라며 목적지를 잘 모르는 기사님을 만나면 빨리 가려고 탄 택시가 무용지물 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춥죠? 이제 여름이 완전 갔네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추울 것 같아  두꺼운 패딩 조끼 입고 나왔는데 좀 덥기도 하네요."


 "아하하, 하긴 그래도 낮에는 손님말처럼 좀 덥더라고요."


 "더운 것보다는 지금이 훨씬 좋아요."


 "손님도 그래요? 저도 그래요. 어휴 이번 여름은 정말 덥긴 더웠죠."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탓하며 승객에게 다정히 안부 인사를 건넨 기사님인데 괜히 두꺼운 조끼를 입고 나온 까닭에 덥다고 말한 건 아닌지 그로 인해 기사님을 머쓱하게 만든 건 아닌지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또다시 통증이 밀려와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후회는 얼른 접어 넣고 그저 병원에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8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병원 근처 큰 오거리에 다다랐다.

 자동결제를 신청해 둔 터라 도착하면 바로 병원으로 뛰어 들어갈 생각만 하고 있는데 기사님 물었다.


 "여기서 직진해서 기 골목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지요?"

 오거리에서 우회전으로 가면 유턴을 해야 했고, 직진을 하면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다.


 "기사님 편한 방면으로 가면 되세요."

 

 "그럼, 직진해서 골목으로 들어갈게요. 혹시 지각하신 거 아니세요?"


 '응? 지각?'

 기사님이 나를 병원 직원으로 착각한 듯하다. 시계를 보니 마침 또 9시 6분이었다.

 9 to 6, 기사님이 오해할 만도 하다.


 "아니요, 괜찮아요. 지각 아니에요."

 배가 아파서 병원에 진료받으러 간다고 오해를 바로잡을 힘도 없었다. 지각이 아니니 편히 가시라고만 말했다.


 택시는 곧장 진직을 해 오른쪽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지각이 아니라곤 했지만 어떤 책임감이 생겨난 것인지 기사님은 급해 보였다. 핸들을 오른쪽 왼쪽 열심히 돌리다 병원 뒷문에 위치한 주차장에 이르렀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 줘요?"


 "아니요. 그냥 여기서 내리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기사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침부터 쿡쿡 찔러대는 통증에 만사 짜증 났는데 처음 본 나를 지각할까 걱정하던 기사님의 소소한 배려가 진통제가 되어 통증을 잠시 잊게 했다.


 나에게 아침은 중요하다.

 어떤 아침을 맞이하냐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줄곧 좋은 아침은 좋은 하루를, 나쁜 아침은 나쁜 하루를 만들어왔다.


 또다시 건강하지 못한 이놈의 몸뚱이 때문에 요양하다 하루가 끝나버리겠다 싶어 아침부터 속상했는데, 택시 기사님의 다정한 오해 덕분에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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