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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오션 Jun 02. 2024

얀데레 스토커한테 고백받았던 썰 ㄷㄷ

고백을 거절했더니 흑화하기 시작했다

제목은 가볍게 썼지만 가벼운 일은 아니다.

최근에 일어난 따끈따끈 범죄 피해자 된 이야기이다.


동갑 여성한테 사진 도용, 사이버 스토킹, 성희롱 등 온갖 괴롭힘을 당했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은 그녀의 고백이었다.




어떻게 된 건지 고백 받기까지의 경과써보도록 하겠다. 

바쁘신 분은 강조 표시한 부분만 읽어도 이해되실 거다. 





나는, 원래 내 성격이라면 들어가지 않았을 친목용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서 활동했었다.

현실 친구였던 사람이 초대했기 때문이다. 그냥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간 느낌.

성격 상 친구가 어디 같이 가자고 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지 않고 참여했었다. 늘 그랬다.

나를 거기로 인도했던 친구는 곧 그 오픈채팅방들을 나갔다. 나를 남겨두고. 난 딱히 나갈 이유가 없었기 떄문에 잠수 타는 인원 중 한 명이 되었다. 원래 무슨 모임이든 잘 탈퇴 안하는 성격이긴 해서.

(참고로 방 자체는 무난한 주제였다. 2030 내향적 여성들 방? 이런 주제였다. 그 당시 친구였던 사람은 오픈채팅방을 자주 드나들던 사람이었고, 내가 본인과 유사하게 내향적인 성격이라 초대한 거였다. 그때 친구가 초대했던 또다른 방, 2030 부산 여성 친목방은 아직도 참가해있다.)



근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너무 잠수만 타면,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좀 그렇지 않나? 그래서 나는 종종 오픈채팅방에 대화에 참여했다. 사람들 고민도 탁월하게 들어주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 애, 즉 가해자는 한 오픈채팅방의 방장이었다. 당연히 대화량이 매우 높았다. 그렇게 나는 그 애와도 안면을 터갔다.



이제 그녀를 ㅂ라고 칭하겠다. 어느 날 ㅂ은 오픈채팅방에서 나를 소환하고, 자기가 내 고향에 놀러갈 예정인데 한 번 만나서 놀지 않겠느냐고 말했었다. 난 뉴페이스를 만나는 건 언제나 좋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고 그를 만났다. 그 뒤로 내가 서울 올라갈 일이 있어서 하루를 잠깐 만났고, 얼마 안되어서 ㅂ이 또 내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 애는 3번째 만남에서 나한테 고백했었다. 이 단 3번의 만남에서 ㅂ은 내가 좋았나 보다. 나중에 들은 건데, 처음에는 나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았다고 한다. mbti 얘기 자꾸 하는 게 과몰입하는 사람 같아보였다고. 아니 나, 애니어그램이나 빅파이브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고, 애들 고민 상담 해주면서 꺼낸 거고, 본인이 먼저 mbti 검사 결과 올렸고, 나 이것저것 많이 안다고 칭찬해줬으면서. 너무행.



ㅂ은 사실 취중진담으로 고백했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ㅂ가 묵기로 한 숙소에 들어갔다. 나는 본래 술을 느리게 마시는 편이라 맥주 캔 하나 홀짝 거리면서 과자나 흡입하고 있었으나 ㅂ은 금새 거나하게 취해버렸다. 그러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나에게 상담하기 시작했다. 난 전부 맨 정신으로 들었다.

이전 연애가 안좋게 깨져서 그동안 오래 연애 생각 없었는데, 최근에 좋아하던 사람이 생겼다.

내 마음이 정확히 어떤 건지 상담 받아봤는데 상담사 언니가 당연히 남사친 얘기일 거라고 생각하고 엉뚱한 답변을 해주더라.

나는 그 애와 그렇다고 육체적 관계까지 맺고 싶진 않은 것 같다. 어떤 루트로 그 애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될지 생각해봤고, 심지어는 여차하면 내가 작고 가녀린 그 애를 덮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모르겠어. 그 애랑은 도통 거기까지 하게 될 것 같지 않다.

그러니까 플라토닉하게 정신적으로 깊은 교류를 나누는 관계가 되고 싶다.

얜 둔감해서 내 마음을 눈치채지조차 못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정말 답답하다. 왜 모르는 거지?



왜 좋아하게 되었냐고 물었다. 외모가 마음에 쏙 들었냐고 물으니 자기는 외모를 전혀 안본다고 했다. 하도 많은 사람을 만나봤으니 이제는 잘맞는 누군가를 찾는다고 그랬다. 난 그녀에게 잘맞는 한쌍이 되어줄 자신이 없었다. 나중에 더 물어보니 어떻게 이런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댄다. 서비스직 종사자들한테도 친절하고, 가치관도 건전해서 좋다고 그랬다. 그리고 말투도 차분해서 안정된댔다. 차분하고 잔잔하면 자칫 대화에 흥미없는 걸 수도 있는데 진심으로 호기심 어린 게 보이니까 경청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그랬다.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친절한 건 본래 사람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이 당연히 해야하는 업무 하나하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진 않다. 모든 직군이 다 똑같은 자기 할 일을 하는데 특정 직업만 감사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나는 이런 반사회적 생각을 몰래 품은 채로,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습관적으로 감사인사를 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ㅂ은 나의 이런 점을 듣고는 경악했다. 나는 ㅂ이 서비스직 당사자라는 점에 경각심을 느꼈다. 그리고 내 가치관이 건전해서 좋다던 그녀는 나를 잠재적 아동학대범으로 몰며 지속적으로 괴롭히게 되었다. 



가상의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라고 필사적으로 조언해주었다. 정황 상 얘가 말하는 사람은 나 같은데 그 때 당시 내 입장에서는 그 마음이 너무 갑작스럽기만 했다. 갑자기 고백하고 다가와봤자 곤란하기만 했다. 내가 얘를 동성이라고 차별하는 게 아니다. 아니 그야 서로 호감 있는 상태에서 타는 썸도 일단 2주에서 한달은 있어지 않아? 난 얘가 나 좋아하는지 그 전 날까지도 몰랐단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고백 받는다고 일단 한번 사귀어볼까 하는 사람은 아닌 거 같다. 그러니 갑자기 나한테 고백하지 말아줬으면 했다. 그 때 또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절친이 될 수도 있던 여자한테 고백 받았다, 사귀어야 하나, 거절하면 친구조차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머리에 담기에는 버거웠다. 더불어 자신은 고백 성공률 100%라고 자랑했었다. 아마 확신이 있을 때 고백해서려나. 그런데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런 선택지를 주는 것인지. 



사실, 난 ㅂ에 대한 첫인상이 그렇게 마구 좋지는 않았다. 왜냐면 자꾸 '아니 왜 대체 왜 저러지? 음, 그럴 수 있지'라는 식으로 발언하는 게 약간 묘했기 때문이다. 특정한 내 행동이 정말로 궁금해서 나한테 물어보는 뉘앙스가 아닌 것 같았다.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 안가는 것처럼 보였다. 굳이 찝어서 의아해하더니, 제대로 설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혼자 납득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묘하게 기분 나빴다. 아마 내가 4차원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사람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나 스스로는 모르고 하는 언행을 사람들이 독특하게 보거든. 평생 그렇게 살아오면 사소한 고독감 쯤은 학습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내가 은은하게 겪어봤던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 ㅂ의 사소한 말버릇으로 은은하게 되살려졌나 보다. 나~중에 들어보니 '왜 그렇지? 그럴 수 있지.'가 생각없이 하는 말버릇이라고 했다. 즉 그런 의도(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도 아니고 악의 또한 없었다는 거다. 그 말을 들으니 바로 응어리가 풀렸다.



이 얘가 말하는 사람은 내가 맞았다. 그 사람에 대한 정황을 이것저것 물어봤다. 만난 계기나 알게 된 기간, 나이나 체격 그리고 성격 같은 개인적 단서들, 만나면 건전하고 깊은 얘기만 한다는 것까지도 완전 나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신이 매우 발이 넓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보았고, 자기 친구 중에 나와 mbti 같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만 가졌을 뿐 확신하진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무래도 나 간접적으로 고백 받은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으니 예의주시만 해야겠다 정도로 결론냈었다. (가족톡에도 얘기했었음. 증거 있다는 뜻.) 물론 확률적으로는 내 이야기일 가능성이 제일 높겠지만 말이다.




어떤 행동으로 자기 감정을 티냈던 거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자기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나한테 유독 다정하고 친근하게 굴었다고 했다. 자신은 동생한테도 이렇게 애살스럽게는 안 군다고 했다. 솔직히 그 이유로는 전혀 몰랐다. 다른 사람한테 연락 텀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대하는지를 내가 어떻게 알아. 휴대폰을 보여준 것도 아니잖아. 난 본인이 했다고 주장하는 애정표현 같은 것을 다른 동성친구와는 더 심하게 해왔다. 나한테 그런 언급을 했었다고 한들 지나가는 말 하나하나를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하겠는가. 게다가 원래 덜 친한, 친해지는 단계의 사람들한테는 좀더 상냥하게 굴지 않냐? 괜히 찐친과 그냥 친구 구분하는 밈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ㅂ의 친구는 ㅂ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 정도면 거의 ㅂ이 사귀자고 한 거라고 ㅂ에게 동조했었다. 당시에 나는 단순하게, 역시 내가 눈치가 없었나보군 하고 넘겼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정말로 그걸 어떻게 알아? 아마 ㅂ은 예민하고 눈치 빠른 본인 기준에 맞춰 생각한 것 같다. 그 애는 HSP라고 해도 맞을 정도로 예민한데 반대로 난 몹시 둔감한 편이다.



그리고 다음날 ㅂ은 장문의 톡을 보내놨다. 어제 그런 식으로 갑작스레 고백해서 미안하다고. 네 얘긴 거 눈치챌줄 알았는데 모르는 것 같아서 당황하기도 했고, 본인 앞에서 본인 얘기를 하는 게 마치 기만하는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자신은 쓰레기니까 내가 무슨 반응을 하든 받아들이겠다고. 아니 내가 필사적으로 모른 체 해줬고 천천히 다가가라고 말했으니 본인도 모른 체 했음 오죽 좋아? 심지어 그 전에도 말할 거 있다고 뜸 들일 때 그냥 말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나는 우선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난 네 생각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에 대한 호감은 금방 식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난 현재 지금 생각할 일이 많아서(자취 문제 등) 골치 아픈 상황이라, 내 쪽에서는 아무 생각 안하는 채로 절친으로 지내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날 계속 좋아하는 건 물론 네 자유라고 했고 난 그저 갑작스레 중대한 결정을 해야하는 걸 어려워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 성향에 대해서는 드라마 굿플레이스의 치디 캐릭터를 예로 들며 지속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저자세로 알겠다고 하던 그녀는 절친으로 잘 지내다가 나중에 나한테 상처받았다고 전했다. 내가 고백을 거절하면서 하는 말들 하나하나가 너무 매정했다더라고. 보통은 '너는 좋은 사람이지만~' 하면서 완곡하게 거절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마음을 접어야 하는 이유를 줄줄이 나열하고,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자학하고, 마음이 금방 식을 거라고 단언한 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조차 죄를 짓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거절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안가서 인류애마저 떨어진다고 했다. 나에 대한 호감도가 마이너스까지 치달았다고.



나는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대구리 박고 연신 사과했다.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하니 일단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입장 내 성향에서는 저렇게 말해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 단점을 알려주면, 신포도처럼 느껴지니까 포기하기 쉽지 않아? 좋은 사람인 거 같아서 갖고 싶어졌으면 역으로 안좋은 모습을 보면 흥미가 떨어지지 않나? 난 그렇던데. 그래서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 선에서 나 스스로를 자학하면 괜찮을줄 알았다. 



딱히 나를 엄청 자학한 것도 아니었다. 너랑 친해지기 위해서 너의 의견에 동조한 것이 은근히 많이 있으므로, 네가 흐린눈 못할만한 의견이 숱하게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므로 네 생각만큼 너에게 딱 맞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나도 친해지다 보면 단점이나 흑역사 같은 건 충분히 많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 기준으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예쁘고 귀여워서 반한 거라면 첫눈에 반한 거여도 이해하지만 ㅂ은 그런 점은 전혀 모르고 자신과 잘맞는 사람 같아서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 조건이면 더 신중해야 하지 않나? 왜 2~3번 만나고 판단하는 거야? 좋아하는 건 어차피 네 마음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뭐가 죄악감이 느껴진단 거지?



아무튼 나는 그 애를 며칠 내내 달래줘야만 했다.

달래줬다 싶으면 다음날 불만을 또 들고 와서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장문의 불만톡이 여러 개 쌓여있고, 회사 일 하면서 달래주고 나면 몇 시간은 잔잔하다가 저녁에 또 불만꾸러미를 들고 왔다.




그러던 중 

진짜 사건은 23년 10월 13일 금요일에 일어났다.








이 글은 2023년 10월 22일에 쓰여진 글이다.

<유해한 관계에서 나를 보호하기> 소제목으로 연재하려고 했었다.


원래 가해 이유에 대한 분석과 그녀가 나를 비난하는 내용들에 대한 반박들이 들어가 있었는데 너무 길고, 완결짓지 못했다.

그러므로 이 부분까지 떼어내서 업로드한다.


원래 제목은

"얀데레에게 사이버 스토킹 당한 썰 ㅋㅋ (1)"이었다.

얀데레라고 불렀던 이유는 불안해하는 나를 위해 친구가 얀데레라고 희화화해주었는데

그게 나한테는 퍽 도움이 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조적으로 이 글 제목으로도 활용하려 했었다.



지금 이 글을 다 읽어보니 난 정말 바보 같았군.

첫째로 내 거절 방식이 그다지 무례하지 않았다.

둘째로 가해자 본인은 어떤 말이라도 감수하겠다고 했었다. 근데 내가 저자세로 나가주니 강약약강 짓을 한 거다.

셋째로 나는 얘한텐 하나도 잘못하지 않았다.

넷째로 그렇게 개고생하면서까지 달래줄 필요가 없었다.

내 스스로가 달래주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내 감정, 내 고통에 너무 둔감해서는 좋지 않다.  



이미지 출처: ai 이미지 - https://ideogram.ai/t/expl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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