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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오션 Mar 29. 2024

이런 언행에 속상해 하면 멘탈이 약한 건가요

#1 신입사원 잔혹사

이런 일 하나하나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멘탈이 약한걸까?

왜 나는 이런 일에 무덤덤하게 반응하지 못할까?

애초에 왜 나한테만 이런 말을 한 걸까?

난 더더욱 부당한 걸 잘 못참는 성격인데, 왜 나한테만 이런 말을 ...?


아니 근데 내가 정말 감정적이고 취약한 걸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겐 이런 말들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1. 뭐, 내 욕 했어? 무섭게 왜 그래.

대표가 내 PC로 와서 뭔가 가르쳐주다가 어떤 파일을 팀 단톡방에 보내려 했다.

그럼 나한테 보내라고 하면 되는데 내 카톡창을 키고 스크롤하면서 팀 단톡방을 찾았다.

계속 아래로 내려도 나오지 않았다.

당연하지. 이런 일 있을까봐 상단에 고정해놨거든.


나는 놀라서 마우스를 잡고 있는 대표님 손을 잡아 떼내고 제가 찾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표는 내게 말했다.


"왜, 회사 욕했어?"

"갑자기 확 떼서 무섭잖아, 갑자기 왜 그래~"


회사 욕을 했던거 같다느니...

갑자기 무섭게 왜 그러냐 뭘 하지도 못하겠다느니..

이러면서 내가 과민반응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 날 저녁에 모든 사람들과 다같이 밥먹을 때도 저런 말을 한번 더 언급하더라고. 망신 주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다음에 내 PC에서 자료 보낼 일이 있을 때, 나보고 직접 보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가관이었다.

"너 무서워서 내가 직접 못하겠다. 또 저번처럼 발작할까봐." 



그뒤로도 몇번 더 언급해서 그때서 말했다.

제가 예전에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들어간 단톡방 안나갔는데 정치충으로 보일까봐 그랬었다고...


근데 그걸 떠나서 왜 보는 거야.........................? 내가 왜 변명했어야 해?

대체 왜........... 일개 직원의 카톡창을 스크롤하냐고요... 왜 보냐고요.......

대표님이 자기 카톡에 뭐가 오든 개의치않게 열어본다고 해서 나까지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다.

아니 근데, 동기한테는 안 이러셨잖아요.

정말이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대표가 이런 적 있었냐고.


아니 왜 이걸 이해 못해주지...........?

손 갑자기 확 떼서 불쾌할 수도 있지만 그럴만 하다곤 생각 못하나..........?

아니 왜 사람들은 이걸............ 이걸 왜.........

그럼 그 상황에서 손 놓고 제가 하겠습니다!! 외친 다음 손 떼서 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가..................



2. 너 부모님한테 회사 욕 했지?


초반에 몇 번을 그렇게 말했다.

아니라고 했다.

"부모님이 너한테 그딴 회사 관두라고 안해?"

오히려 부모님은 자꾸 나보고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부모님은 전화할 때마다 열심히 하고 잘 버텨보라고 말해주셨다. 사회생활은 누구나 힘들다고. 부당한 말은 다 듣는다고. 열심히 해서 네 능력을 증명해보라고 하셨다.


그러자 대표가 말했다.

"이상하다. 나라면 딸 그렇게 혹사시키면 관두라고 할텐데."


아는 분이 그러셨나요....


아니 대체 왜.......... 나한테만 저런 식으로 말한단 말인가...

나는 저런 말을 계속 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부모님한테 회사 뒷담 안까는 자녀가 있나요......... 눈치주는 건가요........

 


3. 너 채용 잘못했어

나는 개발자도 아니고 제대로 된 개발 교육, 컴퓨터 공학 교육도 받아본 적 없다.

그런데 입사한지 1달도 안지나서 대표는 내게 말했다.


"너 채용 잘못했어."

너를 채용한 걸 후회한다는 말이다.


왜 나는 이런 말을 들어야 했냐고?

was를 몰라서였다.

WAS,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

나는 이걸 몰라서 채용을 잘못한 사람이 되었다.


근데 개발자 교육 6개월 다녀본 동기도 그건 몰랐는데요...

내가 몰랐던 것을 그도 다 몰랐는데요.........




4. 야동 언급

대표님은 몇번이고 야동에 대해 언급하셨다.

물론 품번이 어쨌느니 야동스타 누가 어쨌느니까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단순히 "야동" 단어만 언급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버렸다...


한 번은 저녁시간에 아오이 소라(유명 야동배우)로 농담을 하셨다. (나말고도 여직원 있었는데...)

또 한 번은 남자직원이 구석자리로 가면 오히려 좋을 거 같다고 얘기하니까, "왜? 야동보게?"라고 말씀하셨다. (그 남직원 옆에 바로 여직원이 있는데...)


그리고 결정적인 건... 어느 밤샘하는 날이었다.

어느 날, 우리 팀은 다같이 밤샘작업을 했었다.

아동 보호 관련해서 문서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혼자 웃으시면서 "야동보호"

동기도 가관인게, 야동 본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집에 가면 쓰러져 자기 바쁘다고. 왜냐면 맨날 야근했거든, 물론 나도 그렇지만.

그러자 대표가 웃으면서 동기한테 사과했다.

황당해서 물어봤다, 야동 본지 오래 됐다는 것의 기준이 뭐냐고. 가뿐하게 씹혔다.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여직원이 옆에 있는데 그런 말을........?

날 얼마나 개의치않게 생각하는 걸까?



다시 생각해봤다. 내가 예민한걸까?

직장동료와 그런 얘기 하지 말라는 법은 물론 없다.

그리고 단순히 '야동'이란 단어를 언급한 것만으로 성희롱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왜 난 이렇게 불쾌감이 느껴질까? 내 이런 불쾌감이 정당하고 따질만한 건가?

여전히 모르겠다. 근데 나는 싫었다 무지.



5. 농담을 자꾸 진담으로 받아들여서 뭔 말을 못하겠어.

늘 야근하던 내가 언제 한번은 비교적 일찍 퇴근하려고 했다.

퇴근 전에 늘 하던대로 대표님께 인사드리려고 대표님 방에 들어갔다.


"저 이제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벌써 가게?"

"네, 아, 아(약간 더듬) 오늘은좀 피곤해서..."

"농담이고, 여기 감옥 아니야.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거 같아서 뭔 말을 못하겠어."



제가 농담인걸 몰랐겠나요??

그냥 제가 성격이 능글맞지 못하고, 또 대표님은 제 절친이 아니시니까

농담으로 받아치면 될 것을 그렇지 못하고 정직하게 말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농담이 아니라 진짜 궁금했던 거라도 이해했을 거예요.

매일 야근하던 직원이 일찍 간다고 하면 당연히 궁금할 수도 있죠...

단순히 질문하는 게 눈치주고 퇴근을 막는 것도 아니잖아요...


왜 이런 말 하나하나로 꼽을 들어야 하는 거였을까?



또 언제는 다른 임원분이, 너는 대표를 그렇게 봐왔는데 아직도 농담인거 모르냐고 하셨다.


그래서 난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도대체 왜 난, 내가 하는 농담이 남들한테는 진담으로 들리고,

내가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보이지?

사실 저 두 개는 모순되는 관계다.


내 의도: 농담 / 타인의 반응: 진담

타인의 의도: 농담 / 내 반응: 농담 / 타인의 해석: 진담

이럼 누가 잘못 해석하는 거겠냐고!!







아직 더 많으니까 이어서 작성하겠다.

이런 글은 안쓰려고 했지만... 억울해서 안되겠다.


내가 여기에 적는 글들은 다 몇 달 안된 따끈따끈한 내용들이다.


대표님 말대로 내가 정말 멘탈이 수준급으로 나약해서 뭔 말도 못하는 인간인걸까?



누군가 나의 설욺에 공감해주면 좋겠다. 서러울만 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그런 말에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안받는 사람이 되려 멘탈이 강한 거라고 해주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럽고 서러워서 안되겠다.


내가 정말 멘탈이 형편없이 약한가요.

나는 이 수준으로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건가요.

왜 나만 이런 말을 들어야 했던가요. 내가 이런 말을 안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나요...

무시받는 형편에,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영혼이면서, 멘탈까지 형편없는 게 나의 본질인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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