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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Jan 31. 2018

당신의 콘텐츠를 지켜야 하는 이유

'당콘방'이 기획된 이유

알타미라 벽화입니다.

만오천년 전, 태고의 시대 '창작자'가 그린 창작품이죠.



누구나 ‘크리에이터(Creator)’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옛날에 ‘글’을 쓰는 것이 선택받은 이들의 특권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훈련받은 서기들이 토판에 글을 적었고, 이집트에서는 신이 만든 ‘신성한 문자’ 히에로글리프를 사제들이 석판에 새겼죠.



그림이라고 아무나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화가 길드에 속해야 했고, 오랜 수련의 시간을 거쳐 눈칫밥을 먹어가며 훈련해야 비로소 겨우 한 사람의 화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음악도, 공예도, 연기도 모두 도제식 훈련을 받고 일종의 ‘예술 엘리트’가 되어야만 창작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아무나 찍을 수 있는 영상조차도 십수년 전만 해도 장비가 너무 비싼 탓에 방송국이나 영화사에 가서야 만들고 편집할 수 있는 존재였죠.


오늘날 ‘창작’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행위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테블릿, 전자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콘텐츠로 통칭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일은 ‘보통 사람’에게도 손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날로 적어진다고 하지만 책을 쓰는 사람은 늘어나며, 그림과 음악에 옛날 같으면 도전할 수 없었을 비전문가들이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가 됩니다.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에 배포하는 VJ는 프로게이머가 그랬듯이 전혀 생각지 못한 직업군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며, 연기를 하는 일은 모두 실은 귀찮은 일이죠. 그럼에도 오늘날 많은 분들이 창작 행위를 합니다.

대체 왜 우리는 창작을 하는 걸까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의 일이죠.

15,000년 전 이상의 옛날 동굴에 구석기시대 원시인들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신이 사냥하고 먹고 해치우던 짐승들을 벽에 새겨 지금까지 남도록 만들었죠. 어떤 이는 종교적 이유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주술적인 사냥을 위해서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시인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때 그 근본에는 지금의 우리와 같은 근원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의 내면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세상에 대해 충격받은 자신과 진실에 맞닿아 파헤치는 스스로를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문자와 그림과 음악과 영상으로 나타나는 오늘날의 모든 콘텐츠는 결국 ‘매개체’입니다. 자신을 그릇에 담아 오롯이 누군가에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창작의 근본 동력입니다.


옛날에는 이러한 표현 욕구를 계급과 지식과 권력을 통해 얽매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창작 욕구를 온전히 펼쳐낼 수 있는 ‘모바일 시대’입니다.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창작자’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다른 글에서 보았듯이 창작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창작물, 콘텐츠를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시 시대라면 남의 작품을 표절하거나 강탈한다고 문제가 될 일은 없었겠지요.

오늘날은 고도로 발전한 정보화 사회고, 당신이 만든 창작물은 가치를 어떤 형태로든 지니며, 법과 제도를 통해 보호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콘텐츠’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다면 지켜야 할 이유가 없겠죠.

재산적 가치든 정신적 가치든 혹은 당신만의 기념물이든 모든 콘텐츠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앞서 본 알타미라 벽화가 15,000년 전에 인류역사의 길이 남을 보물이었을까요?


‘공무도하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문자로 기록된 한국 최초의 시가라고 하죠.


公無渡河 공무도하
公竟渡河 공경도하
墮河而死 타하이사
當奈公何 당내공하

임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기어코 물속으로 들어가셨네.
원통해라, 물속에 빠져 죽은 임.
아아, 저 임을 언제 다시 만날꼬.

— 곽리자고(藿里子高)의 아내 여옥(麗玉), 〈공후인(箜篌引)>


이 노래에 담긴 비애와 슬픔은 천년을 지나도록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하지만 천오백여년 전, 고조선 시대에 백수광부의 아내 말고 시가를 남긴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요?

세월을 이기고 지금까지 남았기 때문에 진귀한 ‘보물’이 된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만들고 있는 개인적인 ‘창작품’이 세월의 힘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존재하며, 반대로 말하면 그 어떤 창작품이라도 만년 후에는 비할 바 없는 예술품이 될 겁니다.



물론 굳이 만년을 기다리지 않고 내년에 인정받는다면 더 좋겠죠.

당신이 콘텐츠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의 창작물은 지켜야 할 가치가 있고, 지키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그 방법을 통해 소중히 보호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이 기획물을 만든 이유이며,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며 콘텐츠를 지킬 방법을 탐색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15주 동안 글을 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 카카오 브런치팀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15주 동안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콘텐츠를 지키는 방법을 표현하기에는 모자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에게 맛을 보여드리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한 번 말씀드렸듯이,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료는 예방에서 비롯됩니다.

언제나 콘텐츠를 기획할 때부터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두세요.

그리고 분쟁은 항상 최후의 수단이며 중요한 것은 창작을 하고 있는 당신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창작이 바로 진정한 가치이고 나머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창작’을 할 때 이 기획물이 약간의 지침표는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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