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세상이 얼어붙어 있던 시절이 있다. 그 시절 사람에게 불은 생명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였을지 모른다. 모든 시야가 얼어붙은 세계 속에서 밤을 뛰어넘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가 불을 담은 공간이었다.
이미 추위를 극복하고 북방의 한계까지 문명이 뻗어 있는 지금도 난로는 태고의 안온함을 간직하고 있다. 가연된 연료나 전기로 난방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실물을 찾기 힘든 옛 추억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오래된 집이나 추억을 되살려 세워놓은 난로 앞에 서면 불을 실제로 대면했던 옛 시절이 저절로 소환된다.
타들어가는 불은 만년 전에도, 천년 전에도, 지금도 똑같은 형상으로 타오를 것이다. 등유를 떼는 지금의 난로와 나무를 태웠을 그때의 난로는 지금과 얼마나 다를까. 너무 가까이 가서도 안 되지만 멀어지면 추위를 피할 수 없는 난로 앞에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