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로마의 신 중에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이 있다. 각각의 얼굴은 처음과 끝, 시작과 변화,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치 서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 개의 상징이 하나가 된 면모다.
처음이 있어야 끝이 도래하며, 시작이 있어야 변화가 생겨나고, 전쟁이 있어야 비로소 평화가 존재했었음을 깨닫는다. 달리 보면 사람은 끝이 도래했을 때야 처음을 생각하고, 변화가 일어난 뒤에야 시작을 탐구하며,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평화의 존재를 떠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표면만 보며 이면을 보고 싶어하지 않기 일쑤다.
왜냐하면 이면은 대부분의 경우 참혹하고 지겨우며 마주하고 싶지 않은 광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개의 얼굴을 지닌 로마의 신처럼 이면은 표면과 항상 달라붙어 있다. 피할 수 없는 관계가 바로 이면의 존재다.
문득 보고 싶지 않은 이면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될 때,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