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체크리스트 1. 주기와 기간

숫자 너머의 주기와 기간

by 미미최

월경에 관한 지표들은 바라보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정상월경의 주기, 기간, 양, 출혈상태, 통증 등에 대한 숱한 정보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각 병원의 공식 홈페이지, 생리대 회사,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건강 칼럼... 이들이 일관되게 공유하는 '건강한 생리'의 기준은 산부인과에서 진단할 수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질염, 빈혈 등일 것이다.


한의사로서 월경을 바라볼 때에도 질환의 진단은 중요하다. 진단할만한 질환이 아닌데 뭔가 찜찜한 증상들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생리혈에 굴과 같은 덩어리가 빠져나오는 것이 별 거 아니라고 (심지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어혈이라는 병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진단을 통해 아직 질병이 되지는 않았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어떤 상태를 치료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월경혈 속 덩어리들은 당연하지 않다.


월경과 관련된 증상은 단지 월경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몸 전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월경은 여자의 건강을 파악하는 미리보기이자 썸네일이다. 이 관점에서 정상적인 월경의 범위는 아주 넓거나 반대로 매우 좁아진다. 그러다 결국은 각자 갖고 있는 개인차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온다. 그 지점에 도달하여 한 사람만을 위한 완벽한 진단과 치료를 구현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_____________________ - 복사본.jpg 월경은 우리 몸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랍니다





(1) 주기와 기간 ◆

(2) 출혈의 상태와 양

(3) 통증과 동반 증상

(4) 진단된 질환



월경의 주기와 기간은 월경을 바라볼 때 가장 쉽게 체크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 중 월경 주기는 며칠 주기인가보다 규칙적인가가 더 중요하다. 월경주기는 곧 배란 주기이고 월경주기가 불규칙하다면 배란주기가 불규칙한 것이고 월경이 늦어진다면 배란이 늦어졌다는 의미이다. 배란은 난소가 단독으로 하는 일이 아니고 머나먼 뇌의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로, 뇌하수체에서 다시 난소로 호르몬들이 릴레이처럼 바톤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호르몬의 여정에 관여하는 모든 요소들이 배란의 주기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월경주기의 리듬은 전신의 상태를 반영한다.


인체는 리듬을 좋아하기 때문에 월경 역시 규칙적인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배란이 제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평소에 주기가 규칙적이었던 사람이 중요한 시험이나 큰 일을 앞두고 생리를 건너뛰곤 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살이 너무 찌거나 빠져도 생리 주기가 흐트러진다. 모두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이다. 이러한 불규칙 주기가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이어지거나 반복되면 몸 속의 어떤 균형이 깨어지고 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주기가 너무 길거나 짧을 때도 주의를 기울인다. 정상 월경 주기는 대략 25일에서 35일 정도이고 21일보다 짧으면 빈발월경, 40일보다 길면 희발월경이라고 부른다.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정상 생리 주기의 범위가 꽤 긴 편인 만큼 주기가 조금 짧거나 조금 길다고 해서 질환으로 의심할 만한 문제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의학에서는 월경주기의 길이에 대해 몸이 찬 경우에 생리 주기가 길어지고 몸에 열이 많은 상태에서 생리 주기가 앞당겨지기 쉽다고 본다.


체질적으로 몸이 차거나 혹은 뜨겁다는 것은 혈액순환과 관계가 깊다. 호르몬의 전달은 혈액을 타고 혈관 내의 순환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순환의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몸이 차면 전체 순환의 흐름이 더뎌져서 호르몬의 전달이 느려지고 열이 많으면 흐름이 빨라져 배란 주기도 짧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체질의 특징과 월경 기간의 길고 짧음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치우친 한열의 균형을 바로잡는 치료의 지표로 응용하기도 한다.




월경기간은 주기보다 더 개인차가 큰 지표다. 2일 이하는 너무 짧다고 해서 과단월경, 8일 이상을 과장월경이라 진단하기도 하니 대체로 정상이라 부르는 기간은 3일에서 7일 정도지만 실제로 월경의 기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중 기간이 너무 길거나 짧은 경우에는 월경의 양과 관련된 문제도 함께 가늠해야 한다. 월경혈의 상태와 양은 다음 항목에서 더 자세히 살펴 보고자 한다.


월경의 기간은 월경의 시작과 끝을 판단할 수 있어야 정해진다. 그게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대체 언제를 월경의 시작으로 보아야 할 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진료를 보면서 월경기간을 물어보고 그 기간 동안 출혈량의 추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면 그래프는 아래 그림처럼 제각각이다.


_____________________.jpg 우리 각자의 출혈 패턴은 이렇게나 다릅니다


그냥 묻어나는 정도의 출혈이 생리 주기 앞뒤로 지속되면 일단 시작된 날부터 첫날인지, 양이 많아진 날이 첫날인지 헷갈린다. 끝날 때도 마찬가지다. 위 그래프 중에서는 가장 위에 있는 그림이나 두 번째 줄의 왼쪽 그림이 비교적 안정적인 패턴이다. 적은 양의 출혈이 며칠씩 반복되거나 출혈이 멈추는 듯 하다가 다시 양이 많아지는 경우는 좋지 않은 몸 상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생리 기간이 단순히 길고 짧고를 떠나 어떤 패턴인지 파악하고 몸 상태가 나아지면 달라지는지도 지켜본다. 좀 길게 나오는 월경의 탈을 쓴 부정출혈일 가능성이 높다.


출혈이 멈추는 듯 하다 다시 나오는 경우는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내막의 용종 등 자궁 내의 기질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막의 상태에 따라 혈액 배출이 원활하지 않거나 자궁 수축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출혈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가 다시 통증과 함께 다량의 출혈이 배출되기도 하고 이때 덩어리 혈이 울컥 나오기도 한다. 혈액이 스무스하게 한번에 빠져나오지 않고 멈췄다가 다시 왈칵 쏟아지거나 덩어리가 빠져나오면서 통증이 동반되면 자궁 상태를 한번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부정출혈은 '정기적인 출혈'인 월경에 대비해 '부정기적인 출혈'이라는 의미이다. 자궁의 별다른 문제가 없이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서 나타나는 무배란성 출혈을 기능성 자궁출혈이라고 하고, 자궁근종, 선근증, 용종(폴립), 암과 같이 자궁 상태의 문제를 전제로 하는 출혈을 기질성 자궁출혈이라 한다. 똑같이 자궁 내막에서 출혈이 일어나 질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출혈의 상태난 양만 보고는 월경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흔히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졌다거나 너무 짧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월경과 부정출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월경기간이 너무 긴 사람도 마찬가지다. 임신이나 갱년기처럼 생리적인 부정출혈이 관찰되는 시기도 있지만 그 이외의 경우 부정출혈은 월경의 '주기'와 '기간'을 동시에 위협하는 빌런이 된다.


기능성 자궁출혈은 여성호르몬 분비 문제와 관련없는 피로, 스트레스, 빈혈 등의 문제로도 흔하게 일어난다. 설사 자궁근종이나 폴립이 있다고 하더라도 출혈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고 기질적 문제가 있더라도 전신적인 문제와 불균형을 해소하면 부정출혈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생리주기와 기간이 내 컨디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관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_____________________ - 복사본 (2).jpg 사소한 기능 저하의 문제가 뚜렷한 기질적 문제보다 많은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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