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과위생사 이주화 May 20. 2024

프롤로그 | 노답 인생

이러나저러나, 망할 리가 있나!

한국인 최초로 세계치과위생사상을 수상한 내가, 정작 내 인생을 돌아보면 여전히 노답이라 느낀다.


인서울 대학교는커녕, 지방대학교 출신에 대기업 소속도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조차 생소한 치과위생사라는 직업. 사회에서 티끌처럼 보이는 내가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스펙으로 보면,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사람들 역시 나처럼 평범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30여 년의 삶을 돌아보며 '망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조차 결국엔 망하지 않았음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혹시나 자신을 돌아보며 한숨짓고 있을 누군가에게 '망하는 건 없다'라고 전하고 싶다.


또 다른 의미에서 나의 인생은 노답이다. 정답을 찾지 않고, 답이 정해지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다른 학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졸업한 치위생학과에서는 좋은 학점을 받고 국가시험을 통과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같은 규모 있는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옛날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의 대학 시절을 되돌아보면, 학점은 졸업을 간신히 할 정도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활동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그걸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뭐가 달라질까? 이에 대한 답은 없었다. 앞으로 어떤 직장에 취직할지, 결혼은 언제쯤 할 것인지, 자녀는 언제쯤 가질 것인지.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조차 없었다. 다만, 이걸 해볼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라는 확신만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쌓아온 경험들이 또 다른 기회를 허락했다. 지금 하는 일들이 어떤 경험과 기회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계속 주어지는 기회들이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은 확실하다.


가끔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도 열심히 사는데, 왜 나는 눈에 띄지 않을까?"라는 연락을 받는다. 

사실, 해줄 말이 없다. 그들이 나보다 더 계획적이고 목표를 분명히 하고 살아왔을 것이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 그들이 원하는 답도 나처럼 사는 방법을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분명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신은 오늘까지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주저하다 놓친 기회를 곱씹으며 아쉬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놓친 기회를 내가 잡았기 때문에 나만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가졌던 그 마음을 당신도 가지고 조금 더 용기 있게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당신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망할 리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