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길만 골라가는 사람인가
물론 누구나 알고 있듯, 대학을 가지 않아도 인생이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인생이 잘 풀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나에게는 대학에 꼭 가겠다는 오기가 있었다.
나는 중학생 때까지 작은 동네에서 우등생으로 자랐다. 동네에서 1등을 한 적도 있었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치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했고, 그래서 수학 단과 학원을 다녔다. 이 학원에서는 종합 모의고사를 통해 전 과목 점수를 파악했는데, 그 모의고사에서 내가 1등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높은 반에 배정받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은 내가 꿈꾸던 것과 달랐다. 특히 1학년 때 남자반, 여자반으로 분반했다가 2학년 때 다시 합반하는 시스템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이성에 대한 관심만 커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입학 한 달 만에 전학을 고려하게 되었고,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다니는 여자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어졌다.
다행히 부모님은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셨고, 우리는 그 학교 근처로 이사했다. 전학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친구 한 명이 “작은 동네에서 내신을 받는 게 유리할 텐데, 잠실은 학구열이 높아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려울 거야”라고 하며 내 선택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학을 온 후 그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다양한 사교육을 받은 학우들을 내신 점수로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점점 공부를 못하게 되었고, 공부가 재미없어졌다.
그렇게 고등학교 1, 2학년을 방황하며 보냈다. 고3이 되자 비로소 위기의식을 느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모의고사 순위가 100위 정도 올라갔다. 이에 고3 담임 선생님도 놀라시며 이대로만 하면 서울 내 유명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사 비용 등으로 인해 사교육을 지속할 수 없었고, 나는 높은 점수를 유지할 만큼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
결국 수능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 모의고사에 비해 과목별로 1~2등급씩 낮아졌다. 이 결과에 실망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아버지는 “이름 모를 대학에 갈 바에 차라리 고졸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런데 나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나의 인생이 이미 망했다고 속단하는 것 같아, 오히려 어떤 대학이라도 가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지방대학에 가더라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한번뿐인 인생에서 대학생활이 빠지는 것이 억울한 심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20살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가출까지 감행하며 아버지의 뜻에 거스르는 선택을 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었나. 그렇게 나는 대전에 있는 한 대학교의 치위생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이 결정되고 난 후에서야 나는 치과위생사와 치위생학과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었기에 학과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졸업 후 취직이 거의 100%에 가깝게 보장되어 있는 학과이기 때문에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학과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최악은 아니라는 마음으로 나는 대학교에 적응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지 못 해 망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음 연재글들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