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 하러 그러는 건지
꿈에 그리던 대학교는 아니었지만,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다는 장점 하나를 믿고 나름 만족하며 학교를 다녔다. 또한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나의 전공에 만족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렇게 별다른 고민 없이 졸업만을 기다리며 대학을 다니던 중, 하루는 다른 학과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날 친구들은 대학생활과 더불어 어학연수나 대외활동을 통해 스펙을 쌓느라 바쁘게 보내도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졸업 후 바로 취업이 가능한 내가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부럽다는 친구들의 말과 달리 그때 나는 처음으로, 몇 년이 지나면 발전해 가는 친구들에 비해 내가 정체되어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불안감은 나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고, 처음으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20대에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10년, 20년 후의 나의 모습이 스스로 만족스러울지 의문이 들었다. 힘을 들여 미래를 고민하고 계획해 온 친구들과 비교하며 제자리인 나에 대해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나는 편안함을 잠시 뒤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도전들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활동들이 앞으로 나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대학교에서 홍보하는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선 대한치과위생사협회에서 학생기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작성해 본 기사는 초등학교 때 숙제로 한 가족신문의 기사뿐이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운 좋게 협보에 기사를 올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일본으로 2주간 연수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무엇을 배워 어떻게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녀오기로 했다. 그 외에도 다른 동기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럴 때마다 동기들은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교수님들 눈에 띄면 대학 생활이 더 힘들어질 텐데 왜 저러나" 하는 시선도, "저런 활동들을 한다고 해서 좋은 직장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학점 관리에나 신경 쓰지" 하는 시선도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기자활동이나 일본연수에서의 경험이 임상 치과위생사로서의 역량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 경험으로 나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현실적이고 정확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내 마음을 잠잠하게 만들어주는 한 마디가 있었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과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 중, 해보고 경험이라도 남기자."
인생에서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 정답과 오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때 그냥 해볼걸' 또는 '그냥 하지 말걸'이라는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일단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학 생활에 다양한 활동들을 더해 다채로운 20대 초반을 보낸 후, 예상했던 바와 같이 나는 평범한 동네 치과에 취업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보면, "쓸데없이 돈, 시간, 에너지를 낭비해 가며 얻은 게 대체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지금 나는 치과위생사로서 치과에서 근무하면서도 새로운 길에서 다양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이 뒤에 풀어나갈 이야기지만, 대학생 때 했던 경험 중 쓸모없던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짧은 경력일지라도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들을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해서 엉망인 대학 생활을 보낼 필요는 없다. 원치 않던 대학에서도 나를 성장시킬 만한 기회는 늘 주어진다. 당신이 그 기회를 누릴지 말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속에 기회를 마음껏 누리다 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가? 앞으로 이어질 나의 이야기, 그리고 당신이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우리 중 누구도 망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