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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글 Dec 26. 2022

이거다, 큰일났다.

낚시에 입문하다

  자취방과 본가와의 거리는 차로 적어도 1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나는 금요일마다 본가엘 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자취방에 있어도 할 게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적어도 본가엔 부모님이 있고, 친구가 있었다. 그것이 다였다. 그렇다고 그들과 뭐 특별한 약속이 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 자체로 내겐 최소한의 휴식이었고, 작게나마 직장생활을 버텨내게 하는 주말을 잘 보내는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엔 정말 할 게 없었다. 적어도 친구와 소소하게 치맥을 한다거나, 노래방에 가서 한 곡 뽑아대는 것으로 주말을 보냈는데 코로나가 터진 뒤론 암담하기 짝이 없는 주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몇 번의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집 베란다 구석에 먼지가 쌓인 자전거를 열심히 닦고, 타이어 공기도 빵빵하게 넣어주고, 친구와 오이도해양단지와 배곧신도시 공원을 열심히 달리기도 했다. 친구와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오이도해양단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기도 했다. 무작정 월미도에 가서, 인천 바다를 보기도 했다. 영종도에 가서 또다시 인천 바다를 보며, 불금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그 새벽을 아쉽게나마 바다로 달래주곤 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다. 나나 친구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류인데, 이렇게 아무 것도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시화방조제를 걷다가 친구가 무언가 생소한 것을 발견한 것마냥 놀라며 물었다. - 야 저기 왜 저렇게 사람이 많냐? -. 나는 한번 가볼까라고 되묻고, 친구와 함께 방파제로 천천히 걸어갔다.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반딧불이가 바다를 수놓은 모습, 바닷속엔 형광물질을 내는 생물이 있다고 하던데, 그 생물이 수면 위로 부유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케미라는 것인데, 물고기의 입질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평소엔 형광빛이었다가 입질이 오면 빨간빛으로 바뀐다.) 더욱 가까이 다가가보니 낚시대 끝에 달린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낚시대는 어림잡아도 수십대였다. 낚시대는 긴 방파제가 끝나는 지점까지 세워져있었다. 낚시대마다 사람들이 앉아있거나, 서서 먼 바다를 보며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요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자니, 그 침묵이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친구와 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나는 '이거다!'라고 말했고, 친구는 '큰일났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 뒤로 하릴 없이 바닷가를 걷는다거나, 성향에 맞지도 않는 자전거 타기 따윈 하지 않았다. 할 게 생겼기 때문이다. 몰입할 수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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