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이 되었습니다
원주댁 일기 rehearsal
2022년 개천절, 결혼을 했다 나는.
몇 해 전만 해도 비혼으로 살겠다고 인터뷰를 하고, 비혼 커뮤니티 잡지에 글도 쓰고, 여자 혼자서 어떻게 잘 살며 늙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나였는데!
만우절이 아니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새 하늘이 열렸고, 인생 전반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예전에 그리 듣고 싶지 않던 그 말, 진짜로 ‘사모님’이 되었다.
회사에서 차장이자 팀장인 신랑의 동료와 지인들이, 이삿짐센터와 부동산, 가전/가구 매장의 직원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안 살림을 꾸려가며, 바깥양반인 남편을 챙기는 현실이지만! 그 모두를 부인할 수 없는 ‘부인’이지만!
하지만 새로운 길 위에서 어영부영 휘뚜루마뚜루 나를 아무렇게나 굴리고 싶지는 않다. 그럼 무얼 해야 나답게, 나를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역시 남은 것은 글쓰기뿐이다. 언제나 어렵고도 늘 목마른 그것. 갈급한 자가 그저 물을 구하듯, 내 삶에서 퍼올릴 것은 ‘글’ 밖에는 없다. 그것이 해골바가지에 고인 물일지라도 내 글이 나 자신을 살릴 생명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오랜 침묵을 깨고 brunch에 새 글을 발행한다.
오늘 이 글을, 나의 춤을 추었으므로 이것으로 족하다. 모아놓는 글들이 분명 나를 살게 할 것이다.
무엇이든 춤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