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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Aug 07. 2020

[반도 (2020)]

《Peninsula》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인 아쉬운 이유

《부산행 (2016)》으로 K-좀비의 한 획을 그었던 연상호 감독이 그 두 번째 시리즈인 《반도 (2020)》을 공개했다. 전작이 좀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후속작 《반도 (2020)》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인 것이다.

포스터 ⓒ movie.naver.com

감독 : 연상호

장르 : 액션, 드라마

개봉 : 2020.07.15.

시간 : 116분

연령제한 : 15세 관람가

국내 관객 수 : 6,571,046 (20.08.06. 기준)


이후의 내용은 설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4년 전, 대한민국은 좀비 감염자들로 들끓었던 그 시기, 육군 대위인 정석 (강동원)은 누나 (장소연)의 식구, 매형 철민 (김도윤)과 조카 (문우진)를 차에 태우고 이동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기 위해 배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던 중 한 남자 (김태준)가 길에 뛰어들어 본인의 딸과 아내를, 피 묻은 게 영 그렇다면 딸이라도 태워 달라고 간절히 빈다. 간절함을 애써 무시하고 항구로 향한 정석. 그리고 도착한 항구에서 미군과 함께 통제하는 배를 타고 일본으로 향한다. 하지만 도중에 감염자가 있었고 발병과 함께 아수라장이 된다. 조카가 감염되자 떠나지 못한 누나, 그리고 구하러 뛰어들었지만 누나를 설득하지 못한 채 빠져나온 정석. 뒤늦게 가족들 찾아왔지만 정석과 함께 제지된 철민. 일본이 배를 받지 않겠다 하자 홍콩으로 재이동하면서 좀비 발 난민이 되어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4년 후, 홍콩에서 정석과 철민은 홍콩 조폭들에게 2000만 달러가 든 차량을 가져와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차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오목교. 한국 정부는 이미 붕괴했고 남은 건 좀비들 뿐. 그렇지만 돈이 궁한 정석과 철민은 또 다른 팀원들과 함께 대한민국으로 밀항한다.

상륙 후 차량 탈취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 movie.naver.com

 더 이상 한반도가 아닌 반도. 인천항에 상륙한 정석 일행은 빛이 없으면 장님이 되는 좀비들 사이를 지나치며 차를 구해 오목교로 향한다. 차량을 찾아 돈을 확인하며 이제 갖고 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 운전석에 있던 시체가 눈을 뜨면서 덮쳤고 클랙션을 울리게 되면서 좀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 따돌리지만 누군가가 조명탄을 터트리면서 좀비들이 다시 몰려든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가 나고 정석은 앞유리로 튕겨 나가게 된다. 다른 일행들은 모두 좀비에게 물리는 와중에 철민은 돈이 있는 화물칸에 숨는다. 도망치던 정석은 준 (이레)과 유진 (이예원)을 만났고 준이가 기가 막힌 운전 실력을 보여주며 살아난다. 한편 웬 나이트클럽 차량이 좀비들의 이목을 끌면서 철민도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연이어 도착한 남자들이 일행을 죽이고 차량을 가지고 주둔지로 복귀한다. 철민은 꼼짝없이 631부대라 불리는 주둔지로 끌려간 셈.


 631부대 황 중사 (김민재)는 화물칸에 있던 철민을 "들개"라 칭하더니 "코리안 특급"으로 '숨바꼭질'에 참여시킨다. 공포감에 벌벌 떨던 철민은 영문을 모르다가 '숨바꼭질'에 참가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숨바꼭질'은 120초간 좀비를 피해야 하는 생존게임이자 도박이었다. 61번 철민은 좀비를 피해 살아남지만 인간으로선 존중받지 못함에 절망감을 느낀다.


 한편 화물칸의 돈을 김 이병 (김규백)이 발견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서 대위 (구교환)에게 보고한다. 덩달아 반도를 빠져나갈 때 사용하려 했던 위성 전화를 발견한다. 서 대위는 위성 전화를 통해 반도를 빠져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되고 황 중사의 감시를 피해 도망갈 생각만을 한다.

준 (이레)이와 민정 (이정현) (왼쪽부터) ⓒ movie.naver.com

 정석은 준과 유진의 엄마인 민정 (이정현)과 할아버지 김노인 (권해효)이 있는 어떤 은신처에 도착하게 된다. 민정이 4년 전, 딸을 태워 달라 했던 엄마임을 눈치챈 정석은 뒤늦게 사과를 표하지만 민정은 빚진 게 있으니 딸들을 구해주라라는 당부를 원망과 함께 남긴다. 반도를 탈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민정은 정석과 함께 차량을 찾아 631 부대로 향한다.


 서 대위는 차량에서 먹을 것이 발견되었다며 '숨바꼭질'을 밤새 하라고 명령하며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었고 눈치 빠른 황 중사가 알아채지만 김 이병과 '그렇고 그런 사이'로 오해하면서 다행히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민정과 정석이 한 발 앞서 차량에 탑승했고 김 이병과 서 대위, 민정과 정석이 대립하는 사이 정석은 매형 철민이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된다. 민정은 둘을 제압한 후 정석을 기다리고 정석은 철민을 구하려 '숨바꼭질' 장소로 향하지만 황 중사가 철민을 쏘면서 매형을 잃게 된다. 정석은 좌절감에 빠지지만 민정의 말에 정신을 차려 탈출한다. 제압되었던 서 대위는 홧김에 김 이병을 총으로 쏴 죽이고 탈출한다. 황 중사는 병력들과 함께 정석의 일행을 쫓는다….


반도 외국 포스터. "Train to Busan 2"를 부제로 사용한다. 하지만 전작과 그리 연결되지 않는 게 함정. ⓒ imdb.com

 영화는 대체적으로 디스토피아의 한국을 표현하려 애쓴다. 특히 좀비로 무너진 것이 국가뿐만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회와 개인의 인간성, 존엄성이 붕괴된 것을 보여준다. 개인을 지켜줬던 군대라는 사회의 기구는 어느덧 유희를 위해 개인을 농락하고 희롱한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보호가 아닌 공포를 위할 때 사용되며 어쩌면 좀비보다 이 인간들이 더 무섭게 그려지는 듯 보인다.


 반도가 아닌 바깥세상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일본 등 주변국들은 자국의 손해를 떠안을 수 없어서 한국의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반도의 좀비들은 주변국의 이기심에서 탄생한 것일 수도 있다. 어렵사리 탈출한 사람들은 인종 차별을 초월한 또 하나의 차별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살아남아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게 반도 안에서나 밖에서나 똑같다.


 그래서 그런지 《부산행 (2016)》에 비해 좀비들은 캐주얼하게 나온다. 초중반 무서운 장면들이 있다 하더라도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좀비들보다 잔인하게 변한 인간들만 스크린에 잡힌다. 극악무도한 장면들을 더 상상할 수 있었지만 다행히 15세 관람가의 한계선을 넘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아쉬웠다. 전작이 천만 관객을 찍으면서 대중성과 장르의 색깔을 모두 살렸지만 속편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전작의 색깔을 당겨 오기 위해서 수위를 조금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구상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의 인간상은 많았겠지만 결국은 15세에 맞춰진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되었다. 《부산행 (2016)》의 장르는 액션, 스릴러였지만 《반도 (2020)》는 액션, 드라마다. 

구교환 배우 겸 감독은 《메기 (2017)》 이후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다. ⓒ movie.naver.com

 그래서 '신파적'이라는 이야기도 끊이질 않는다. 신파 (新波)는 새로운 흐름이라는 이야기인데 이 단어가 탄생한 것은 1940년대다. 그 당시 새로웠던 게 계속 반복되어서 '신파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K-신파', 한국적인 스토리다. 감동과 눈물을 쥐어짜는 절정과 결말을 뜻한다. 한두 번 보면 카타르시스가 해소될 수 있지만 만날 보다 보니 관객들은 '신파적'인 뻔한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늘 '신파적'이었다. 《반도 (2020)》도 좀비 주제의 한국 드라마일 뿐이다.


 《부산행 (2016)》은 'K-좀비'의 시초였다. 다시 말해 뻔하지 않았다. 후속작이라면 더 발전된 이야기가 되길 바랐다. 퇴보까진 아니고 머물러 있는 이야기였다. 한반도에서 '한'이 빠져서 그랬을까. 한이 없는 한국적임은 세계적이지 못하다.


 아, 그렇다고 몇몇 장면을 언급 안 할 순 없지. 강동원의 액션은 눈이 즐겁다. 카 액션은 충분히 매드 맥스 : 좀비의 도로라는 평을 받을만하다. 'K-좀비'의 명성은 이번에도 이어갈 수 있을 듯 보인다. 구교환 등 조연 캐릭터들의 연기력들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치명적 이게도 전편의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부산행 (2016)》의 절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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