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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May 21. 2020

[익스트랙션 (2020)]

《Extraction》 20년대에 손꼽히는 액션 영화로 기억될만한

어떤 경우로든 사람이 수단이 될 수는 없지만 수단처럼 대해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야 '몸값'이란 단어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가치를 따질 때 사용하는 워딩이어서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끔찍하게도 납치범들도 몸값을 고려해 타깃을 정한다. 


 1963년,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도 베네수엘라의 공산주의 게릴라의 '수단'이 된 적이 있다. 그들은 몸값을 받는 것도 아닌, 그저 냉전 상황이었음에도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것으로 여겨진 로물로 베탄쿠르트 대통령을 내몰아 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이었다. 디 스테파노는 무사히 귀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귀국하기 전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회장이 한 경기가 남았다며 출장하라고 했고 또 다른 '수단'으로 탈바꿈되었다.


 《익스트랙션 (2020)》은 제목 그대로 구출해내는 영화다. 용병이 인질을 구출하는 아주 간단한 주제로 시작하지만 안에는 '수단'끼리의 딜레마가 담겨있다.

ⓒ movie.naver.com

감독 : 샘 하그레이브

장르 : 액션, 드라마

개봉 : 2020.04.24.

시간 : 116분

연령제한 : 청소년 관람불가

국내 관객 수 : 넷플릭스 개봉


이후의 내용은 설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누가 봐도 부잣집 아드님이 파티에서 납치되었다. 친구가 대마를 피는 것을 본 경찰은 그 친구를 총으로 쏘고 옆에 있던 오비 (루드락 자스왈)을 납치한다. 알고 보니 오비는 인도의 마약왕의 아들이었고 라이벌인 방글라데시의 마약왕, 아미르 아시프 (프리얀슈 패인을리)가 의도적으로 납치한 것이었다. 사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다카로 납치된 오비를 구하기 위해 용병 타일러 (크리스 헴스워드)와 인도 마약왕의 부하, 사주 (란디프 후다)가 위협을 무릎 쓰고 다카로 향한다.

타일러와 사주의 만남 ⓒ imdb.com

 영화의 내용은 정말 단순하다. 구출 과정에서 타일러는 오비에게 동정을 느끼고 오비 역시 타일러에게 동정을 느낀다. 흡사 스톡홀름 증후군 -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 혹은 동조하는 비합리적인 현상 - 같지만 타일러에게는 아들을 잃은 기억이 있고 오비에게는 자신을 수단으로 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혐오가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 맞닿으면서 서로의 결핍을 서로가 채워주게 되고 이유 모를 애정이 묻어나면서 타일러는 목숨을 걸고 오비를 탈출시키려고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시나리오지만 방글라데시 로케이션과 토르로 기억되는 크리스 헴스워드의 액션 덕분에 혹하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영화관을 찾기 곤란했던 씨네필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요소들 덕에 개봉 직후 한국 넷플릭스 시청 1위에 등극한다. 전날 개봉한 《사냥의 시간 (2020)》은 실망을 줬다면 루소 형제가 각본을 쓴 《익스트랙션 (2020)》은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롱테이크 액션신 ⓒ youtube.com

 이유는 스토리보다 탄탄한 액션을 적나라하게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다카의 시가지를 스쳐 지나가는 총격전을 롱테이크로 잡아주면서 실감 나게 표현했다. 게임 속 무비 컷처럼 1인칭과 3인칭을 오가고 폭파도 총격도 훌륭한 웰메이드 액션 영화다. 사주 역할의 란디프 후다와 타일러 역할을 크리스 헴스워드의 호흡은 박력 그 자체다. 반하게 만든다. 육군 병장의 피가 들끓는달까. 아, 물론 특수부대원이 아녔다. 총보다 창고 물건을 더 많이 들었다.


 여하간 그래도 FPS로 다져진 사격 능력과 한 번쯤은 저런 완벽한 남자가 되고 싶다는 존경이 어우러지면서 영화에 100% 몰입하게 한다. 《존 윅 (2014)》 시리즈가 2010년대를 장식한 액션 영화였다면 20년대에는  《익스트랙션 (2020)》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만큼 잘 뽑고 잘 만들었고 역동감 있게 잘 표현했다. 그래서 아쉬운 건 소리 빵빵한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게 아닐까.


 반응이 '핫'한 덕분에 속편이 확정되었다고 전해진다. 다음 탈출은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현실로 탈출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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