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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un 12. 2020

[두 교황 (2019)]

《The Two Popes》 신이 아닌 신에 가장 가까운 인간으로서

사람들과의 분열을 만들고 싶다면 종교, 정치, 연예 셋 중에 하나의 주제면 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무교로 태어나 가톨릭 신자가 되면서 무던했던 종교라는 주제는 어느덧 자주 생각하게 만드는 카테고리가 되었고 그러다 만난 《두 교황 (2019)》은 신이 아닌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 movie.naver.com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장르 : 드라마

개봉 : 2019.12.11.

시간 : 126분

연령제한 : 12세 관람가

국내 관객 수 : 넷플릭스 개봉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서거한다. 그리고 곧이어 시스티나 성당에서 새로운 교황을 투표하는데 유력 후보자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안소니 홉킨스)은 본인 다음으로 많은 표를 받은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 (조나단 프라이스)을 견제한다. 콘클라베에서의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선 115인 중 3분의 2인 77표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런 후보자가 등장하지 않았다가 결국은 라칭거 추기경이 차기 교황이 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은퇴를 고려하고 보수적인 라칭거,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해 질타를 받기 시작한다.

ⓒ imdb.com

  2013년, 가톨릭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다. 교황의 집사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내부 문서를 유출하고 교황청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책이 문제가 되면서 베네딕토 16세는 사방팔방 공격을 받는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은퇴를 위해 베네딕토 16세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베네딕토 16세는 그를 로마로 부른다. 두 사람은 기존의 방식과 새로운 개혁에 대해 토론한다. "변화는 세상과 타협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교황과 "주님도 변한다"라고 말하는 베르골리오 추기경.


 낮의 날 선 대화에 비해 밤의 대화는 차분했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교황에게 은퇴를 계속해서 언급하지만 교황은 화제를 전환하며 피한다. 전환된 주제는 '부르심'으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 베르골리오 추기경 (후안 미누진)은 성직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르심'이 없어 속세의 일을 하며 일생을 보내고 있었다. 애인도 있었고 직업도 있었다. 어느 순간 그에게도 '부르심'이 왔고 그렇게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피아노와 와인이 함께 한 밤에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사임하는 베네딕토 16세 (안소니 홉킨스) ⓒ imdb.com

 아침. 교황청에 큰일이 생겨 교황과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함께 로마로 향한다. 그 '큰 일'은 내부 고발 책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터진 문제였다. 그날 밤,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에게 사임을 고백했다. 후임자로 베르골리오를 생각했지만 그가 은퇴 의사를 드러내면서 교황 입장에선 새로운 딜레마였다.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교황은 베르골리오가 다음 교황으로 적합하다고 생각이 바뀌었지만 베르골리오는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부 독재 시기의 본인의 태도 때문에 교황이 되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그는 예수회를, 교회를 지키겠다는 태도로 군부의 횡포에 침묵했고 독재에 맞서는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했다. 대부분은 지켰지만 일부는 지키지 못했고 1983년, 그는 직위 해제가 된다. 교황은 그의 고해성사를 듣고 죄를 사한다.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고해성사를 한다. 그는 과거 성직자들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알고 있었음에도 대처하지 못함을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더는 주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다며, 교황은 괴로워한다. 주님 말씀 대신 들린 이야기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말이었다고 고백한다. 베르골리오는 죄를 사한다.


 2013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사임한다. 다시 한번 콘클라베,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은 하얗게 피어오르고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다. 그리고 2014년, 독일은 아르헨티나를 꺾고 월드컵을 우승하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함께 축배를 든다.

프란치스코 교황 (조나단 프라이스) ⓒ imdb.com

 '종교, 신앙은 어렵고 딱딱해'가 보통의 생각, 나 역시 무교이자 무신론자일 때 그랬으니. 그렇지만 널찍이 보았을 때 결국은 신심(信心)은 사람이 전해주고 '나'라는 사람이 결정한다. 그런 의미로 교황 역시 나와 같은 사람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어서 나와 같은 삶의 희로애락을 가졌을 테고 여러 고민들과 딜레마 사이에서 고귀한 해결책을 찾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누군갈 믿노라 하면 의지하게 되는데 그렇게 의지한다 해서 쉽사리 파해법이 나오는 게 아녔다. 나도 그랬듯이, 교황도 그랬다. 그래서였는지, 베네딕토 16세는 사임했다. 주변의 갖가지 스캔들과 논란에 연루되어 있을 때 우리는 요제프 라칭거라는 사람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두 교황'보다 '두 사람'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이 역시 시대에 맡긴다. 보수적인 것도 타당한 경우가 있었을 테고 진보적인 선택 역시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최선에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신이 아닌 나머지 이상 (理想)에 도달하지 못하니 가까워지는 것만이 최선이다. 모든 인간은 똑같이 그렇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이 아닌, 신에 가장 가까운 인간으로서,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사람 간의 모든 일에 공감과 죄책감을, 교황은 떠안는다. 교황의 권위란 그렇다. 그럼에도 전지전능하지 않으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베네딕토 16세는 그랬을 것이다.

영화 속 두 교황 (왼쪽)과 실제 두 교황 (오른쪽) ⓒ slate.com

 실화 기반의 내용이다 보니 인물들을 언급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양들의 침묵 (1991)》의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에서 《토르》 시리즈 오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안소니 홉킨스는 교황이란 사람을 그 누구보다 잘 표현해낸다. 닮은 외모뿐만 아니라 피아노 실력까지 비슷한 홉킨스는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적인 교황의 모습을 담아낸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하이 스패로우였던 조나단 프라이스도 추기경에서 교황에 오르는 과정을 인간적으로 잘 해석한다. 역시 외모도 비슷한데 추기경 역할만 4번을 해서 그런지 종교적인 색채도 잘 표현해낸다. 하이 스패로우라는 캐릭터는 이단의 교주였는데 이번에는 가톨릭의 심장, 로마의 주교가 된다. 종교적인 설득력이 연기에도 뚝뚝 묻어나는 배우다.

"곤잘로 이과인의 골! 인정되지 않습니다" ⓒ imdb.com

 두 배우의 노련미와 케미스트리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해서 듣고 싶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간간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 - '디아볼라'라는 피자는 악마인데 교황님들이 드신다 - 는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고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땐 공감할 수 있게 눈높이를 맞춰준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건, 그들이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 교황이 아닌 두 사람의 이야기. 고귀함을 잠시 내려놓고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다시 여름 별장으로 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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