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undup》 프랜차이즈의 성공적인 데뷔전
보통 소포모어 징크스는 피하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마동석처럼 어딜 가나 비슷한 캐릭터로 이곳저곳 이미 팔린 배우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는 맛"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법. <범죄도시2>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부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화를 위한 초석까지 완벽하게 깔아놨다.
감독: 이상용
장르: 범죄/액션
개봉: 22. 5. 18.
시간: 106분
연령제한: 15세 이상 관람가
국내 관객 수: 8,316,366명 (22. 6. 5. 기준)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장첸 사건 이후 4년이 지난 2008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큰 손" 용기(차우진 분)는 비즈니스를 위해 빈 공터에서 여러 남자들을 만난다. 렌터카 사장이라고 알려진 해상(손석구 분)은 사실 용기를 납치하기 위해 납치단을 꾸린 거였고 봉고차에 그를 납치하면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납치에 성공했지만 생각보다 적은 돈에 납치를 유도한 종훈(전진오 분), 종두(이다일 분), 기백(김영성 분)과 해상 쪽이 다투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에 용기가 탈출에 성공한다.
용기를 잡으려는 납치단, 그러나 해상은 이런 용기를 무참하게 살인하고 가타부타 따지는 기백은 해상 쪽 사람인 두익(이규원 분)이 죽인다. 지레 겁먹은 종훈은 한국 이송을 위해 베트남에서 자수하게 되고 이를 석도(마동석 분)네 강력반이 담당하게 된다.
석도와 일만(최귀화 분)은 종훈의 자수를 두고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데 그의 동료인 종두를 추적하다 살인당한 것을 발견한다. 이후 종훈이 살해 위협으로 인해 자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사권도 없어 불리한 상황, 그러나 "나쁜 놈은 잡는 거야"라는 신념으로 석도는 해상을 잡기로 마음먹는다.
2000년대 초, 'K-조폭' 장르는 '믿고 보는 엔터테인먼트' 작품이었다. 다른 말로는 '가족 영화' 혹은 '오락 영화'였는데 대표적으로는 <두사부일체(2001)>, <가문의 영광(2002)> 등이 있다. 이런 시리즈의 공통점은 간간이 터져 나오는 액션 씬이 쾌감을 선사했고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꼭 넣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조폭 미화 문제와 맞물려 조폭 장르는 누아르, 액션에 가까워졌고 프랜차이즈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2편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영화계에서 기대와 우려를 모두 드러내는 말이 되었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 또 보고 싶다는 말이 되면서도 클리셰 범벅인 속편은 보고 싶지 않은 심리가 동시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범죄도시>에게도 이런 심리가 작용했고 무려 5년이 지나 속편이 공개되었다. '마동석의 다른 면모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와 '장첸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빌런이 있을까?'는 <범죄도시2>에게 남겨진 숙제나 다름없었다.
일단 마동석의 다른 면모는 보기 어려웠다. 사실 마동석이 나온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가 마동석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는 앞서 말한 "아는 맛"에 가깝다. 마동석만이 구사할 것 같은 액션과 타격감은 '권선징악'의 메시지에 가장 어울린다. 복싱 기반의 액션에서 유도 등 다양한 무술이 들어가긴 했지만 큰 차이 없이 "마동석"했다. 그럼에도 훌륭하다.
마동석에 집중되면서 그에게 '질릴 수 있는' 문제를 <범죄도시2>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했는데 ① 강력반 인물들이 차지하는 분량이 늘었고 ② 장이수(박지환 분)나 김인숙(박지영 분)과 같은 씬 스틸러를 등장시켜 다채로운 재미를 주었다. 이 해결법이 효과를 보면서 비로소 <범죄도시> 시리즈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가 된 것이다.
'장첸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빌런'은 손석구, 단 세 글자로 대신한다. <센스8>, <멜로가 체질>로 이름을 알린 손석구는 선하면서도 악한 연기가 가능한 배우다. <D.P.>에서 악역에 가까운, 복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면 <범죄도시2>에서는 '대놓고 나쁜 놈'이 되었다. <나의 해방일지>와는 전혀 다른 톤 앤 매너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뭐든 다 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장첸이 서울 근방 어디선가 있을 법한 조선족의 모습이라면 강해상은 어쩌면 나를 해칠 것만 같은 가해자의 느낌을 폴폴 풍긴다. 전작이 조폭 간의 서열 싸움이 주를 이뤘다면 속편에서는 민간인과 더 가까운 듯한 느낌을 주면서 더 오싹하게 만든다. '친근한 살인마'는 범죄 행각을 과시하는 데 있어 겁을 먹지 않았는데 가리봉동에 한정된 전작에 비해 넓어진 장소가 이를 증명한다. 의도적으로 말수를 아낀 그의 연기 역시 다소 소름 끼친다.
주연이자 제작자인 마동석에 의하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8편까지 계획되어 있다. 이제는 걱정보다 큰 기대를 떠안고 3편을 기다리게 될 텐데 든든한 기둥이 잘 받쳐준 현재, 기대할 수 있는 복선을 많이 흩뿌리는 게 관건이겠다. 그러나, 지금처럼만 한다 한들 충분히 성공적이다.
<범죄도시2>는 <범죄도시>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이상용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를 앞두고 있으며, <기생충> 이후 3년 만이며, 28번째 천만 흥행작이 될 것이다.
강해상에게 납치되는 용기 역은 마동석의 애인인 예정화의 동생, 배우 차우진(동명 예동우 분)이 맡았다. 예정화는 <범죄도시>에서 공항 직원으로 특별 출연한 적 있었다.
손석구는 강해상의 의상이 무채색이 아니길 희망했다. 길에서 사람을 찌르는 강해상 역이 강렬하게 남길 바랐기 때문이다.
장이수 역의 박지환은 마동석과 식사 도중, <범죄도시2>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장이수가 죽지 않았다고 말하며 2편을 준비하라고 언질 해줬다.
강해상의 문신은 다양하게 있는데 본인의 무기인 마체테, 도끼나 악마의 뿔이 달린 천사,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가 있으며 반드시 죽여야 하는 원수라는 뜻의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讐)와 마음먹은 일은 이루기 위하여 온갖 괴로움을 무릅씀을 뜻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타투도 있다. 강해상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필리핀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범죄자들이 문신 불법시술을 많이 했다는 것을 착안했다.
강해상 역의 손석구는 역할을 위해 10kg를 증량했다.
본래 강해상은 욕도, 말도 많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손석구가 말수를 줄이고 결정적일 때 욕하는 캐릭터를 제안하면서 지금의 강해상이 되었다.
제작사인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하고 15세로 넣어 봤는데 영등위에서 허락해줬다"라고 말하며 전작에 비해 낮아진 관람가에 대해 말했다.
크랭크인 시기에 한국과 베트남, 모두 코로나 여파가 심각한 나머지 몇몇 장면은 한국에서 촬영해 베트남인 척 CG를 입혀야만 했다. 베트남 야간 술집 씬은 용산에서 촬영했다고 알려졌다.
전일만이 총을 쏘는 과정에서 발사되지 않아 "빵빵빵"하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다.
전일만은 3편에 등장하지 않는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8편까지 기획되어 있으며 3, 4편은 대본이 이미 나온 상황이다.
최준백 역의 남문철은 대장암으로 별세했으며 <범죄도시2>가 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