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유리할 수 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지금 당신의 직급 보다 높은 직급이고 임원이 되기 바로 전 단계이다. 당신은 그 동안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었고, 회사에 많은 기여와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당신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동료들도 몇 명이 있다. 당신의 상사는 그 자리에 당신을 추천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자리는 외부에서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당연하게 생각되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내가 나의 상사로부터 받았던 피드백은 내부 후보자는 장점도 명확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함께 일을 하면서 단점도 명확해 보이기 때문에 선택할 때 손해 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외부 후보자는? 이력서와 한 두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직할 때의 인터뷰는 철저히 준비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채용을 진행할 경우, 인터뷰 상에서 드러나는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라면 대부분 그 사람의 장점만을 보고 뽑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해당 직급이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은 적절한 내부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당연히 외부에서 후보자를 수혈해 와야 한다. 하지만, 비슷한 경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내부 후보자들이 있음에도 외부에서 후보자를 수혈하는 경우는 대부분 전략적으로 빠른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던가, 특정 분야의 경험 혹은 전문가를 필요로 할 때이다.
실제 업무를 할 때는 누가 유리할까?
아무리 경력과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시간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개개인의 능력이나 경력과는 별개로 이러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부 후보자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별도의 적응은 필요치 않는다. 달라진 업무에 대한 파악만 마치면 된다. 빠른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내부후보자와 외부후보자 누가 더 빠를 것인가? 앞서서 말한 것처럼 특수한 분야나 비교할만한 내부 후보자가 없는 경우가 아니었다면, 쉽게 어느 쪽이 빠를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재를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업무와는 별개로 모든 회사들이 앞서나가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내세우는 인재개발 부분에 있어서 살펴보자. 외부 후보자를 영입해 오는 것이 회사에서 내세우고 있는 인재개발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비슷한 경력의 외부 후보자가 영입되어 높은 직급으로 오게 된다면, 내부 후보자들은 의욕상실(demotivation) 될 수 밖에 없다. 그들 또한 내부의 기회를 포기하고 외부의 기회를 찾게 되는 것이다. 한 명의 인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고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몇 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인재를 이런 식으로 쉽게 잃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투자대비 효용 가치만 보아도 납득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는가?
비지니스(Business)는 성과로 이야기한다.
비지니스의 기본적인 목표는 긍정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최대의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한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자원, 즉 눈곱만큼이라도 나은 부분이 있는 인재를 활용해야지, 나중에 혹여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 진다. 예를 들어, 비슷한 경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당 분야에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내부 후보자와 경험이 있는 외부 후보자 중 내부 후보자를 선택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인재활용에 있어서 왜 더 나은 인재를 찾아보고 선택하지 않았냐는 이이제기가 있을 수 있다. 반면에, 외부 후보자를 선택한 경우라면, 적어도 인재 선택이 비지니스에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게 될 것이다.
회사는 인재를 개발하기보다는 소유하고자 한다.
많은 회사들이 인재개발을 최우선 한다고 하지만, 실제 인재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돈과 기회를 투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통해 보다 확실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그 외부인재도 다른 회사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와 기회를 받아 성장해온 내부 인재였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회사가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를 하고 기회를 제공해 준 내부인재는 외부인재가 되고자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식회사는 성과에 따른 주가, 그리고 주가에 따른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빠른 성과에 대한 기대는 인재개발에 대한 투자와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 특히나 외국계 회사의 경우는 오히려 더 심하게 여겨 지기도 한다. 외국계 회사는 본사로부터의 성과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심한 경우가 많다. 물론 본사의 인재개발 프로그램이 매우 훌륭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최근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그런 프로그램과 기회들은 모두 잊혀져 버린 듯 하다. 회사가 발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단기간의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과를 추구한다면 외부 인재의 영입보다는 내부 인재의 육성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한 명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투자가 필요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외부로부터 인재 영입이 아니라 내부 인재 육성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다. 내부 인재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은 안정적인 성과 창출뿐 아니라 내부 인재의 동기 부여와 외부의 인재들조차 오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