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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Feb 07. 2018

44.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꼰대리즘

나도 피해자. #metoo


 때로는 직장 내에서 뼈에 사무치도록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고, 그런 일들이 쌓여 결국 퇴사에 이르게 되는 경우까지도 있다. 그런데, 그토록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가 있다면, 억울한 일을 만들어준 가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넘쳐나는 피해자에 비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가해자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Image from JOBKOREA

2017년 잡코리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식적인 퇴사 이유는 적성이 맞지 않는다던가(33.4%), 낮은 연봉수준(30.3%), 많은 업무량(26.4%) 등의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를 들었지만, 실제 퇴직사유 중에는 상사.동료와의 갈등(33.9%)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말은 즉, 나를 괴롭히는 누군가의 꼰대질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자발적으로 나오게 할만큼의 고민을 하게 할 정도라면 얼마나 심한 꼰대질을 한 것일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한 피해자들은 회사를 그만 둘 고민까지 하고 있는데, 정작 가해자는 아무런 걱정과 고민 없이 회사를 잘만 다닌다. 심지어 스스로는 꼰대라는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는 듯도 하다. 도대체 꼰대는 스스로가 꼰대인줄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1. 다들 꼰대라 하는데, 나만 모르는 유형


 우선 모두가 꼰대라고 하지만, 스스로만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상사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팀원들에게 막말을 일삼고, 딸 같은 동생 같은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밥 먹듯이 하면서 그게 다 팀원들을 위해서라고 한다. 딸이나 여동생의 허벅지나 엉덩이를 쓰다듬는 일이 그 가족과 가정에서는 일상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가정과 가족들 사이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굉장히 비도덕적이고, 그들이 줄창 부르짖는 유교문화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동임에도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하대하는 태도는 비단 사무실에서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식당에 가서도, 물건을 살 때도 무조건 반말이다.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하지만, 본인은 그게 왜 잘못되었는지 조차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불행하게도 어려서부터 그런 환경하에서 커 왔기때문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딸이나 여동생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고 쓰다듬는 아버지를 보며 커왔고, 아무에게나 반말을 찍찍 뱉어내는 몰상식한 부모와 회사에 와서도 역시 그런 상사들을 보며 배워왔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의 꼰대들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주변의 조언에 담을 쌓고 귀를 닫는 법도 역시 배워왔기 때문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누군가가 지적을 하면, 우선은 어디다 지적질이냐며 성질을 먼저 내고 무마하도록 배워왔고, 궁지에 몰리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을 하는 법들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만약 직장에 이런 상사나 동료가 있다면 무조건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피할 수 없다면, 다른 올바른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연대하여 적극적인 대응책을 하루 빨리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2. 나도 알지만,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하는 유형


Image from Pixabay

 두 번째는 본인 스스로도 본인이 꼰대 짓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직을 위해 혹은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꼰대 짓을 계속하는 경우이다. 이런 꼰대들은 적어도 도덕적 양심과 윤리적 기준을 조금은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자행하기 보다는 조직 혹은 본인의 업무 성과를 올리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성과에 집착을 하다보니 스스로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나은 성과를 위해 강제적 야근과 직원들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타당성과 당위성을 부여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조직을 위해서야, 지금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다 너희를 위해서야. 나중에는 오히려 나한테고맙다고 할 껄…’ 조직과 성과를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 희생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회성의 성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조직이 소모되는 방법이나 조직원의 자발적 참여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신입사원을 포함한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꼰대들이 꼰대짓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무식해서이다. 그들에게는 기본적인 성과관리와 조직관리에 관한 책들을 권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귀가 막혀있고 눈이 어둡고, 입만 살아있기 때문에 쉽사리 변화하지 않는다. 이런 부류의 특징은 그 위의 상사의 명령에 절대 복종을 한다는것이다. 그렇기에 전략적으로 그 위의 상사를 통해 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수 있다.  



3. 가끔 꼰대짓을 해서 헷갈리는 유형

   

Image from Pixabay

 마지막으로는 가장 골치가 아픈 유형인데, 항상 꼰대짓을 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직장상사보다는 직장 동료 혹은 선후배 중에 주로 많은 유형이다. 평소에는 일도 잘하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리는데, 가끔씩 어이없는 꼰대짓을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류는 또다시 두 분류로 나뉘는데, 자기보다 힘이 없고 약한 사람이거나 자기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확실하게 선 사람에게만 꼰대짓을 하는 사람과, 앞뒤 안 가리고 가끔 미친 사람처럼 아무에게나 꼰대짓을 하는 사람도 있다. 두 번째 유형의 경우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경우이다. 스스로의 감정조절도 못하고, 조직생활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이다. 내재된 꼰대리즘은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으며, 세상은 나를 위주로 돌아간다는 확고한 생각을 눈치를 보며 숨기고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앞의 경우는 나중에 상사가 될 경우 제일 앞서서 언급했던 첫 번째 유형의 꼰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사람이다. 예전 회사에 이런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윗 사람들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살살거리다가 자기보다 직급이 낮거나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그렇게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학벌이 낮다고 무시하기도 하고, 직급이 낮다고 무시하기도 하고,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기도 하고, 부서의 모두가 그 사람이 꼰대짓을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부서장이었던 전무님만 모르고 계셨다. 그런 사람이 업무를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다른 사람들의 성과를 가로채듯이 본인의 성과를 포장해 왔는데, 결국 사장님과의 반복되는 미팅에서 실력이 없음이 모두 드러나게 되었고, 결국은 그간의 이상한 행동들이 모두 알려지게 되어, 비참하게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metoo 


Image from Shutterstock

 얼마 전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엘리트 집단인 검찰 내부에서도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들이 있었다는 폭로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가해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굳이 애써 외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기억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일을 한다던가 정부의 중요한 요직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점점 더 많은 피해를 보며 눈치를 보고 숨어 지내고, 결국은 조직을 떠나야 하고, 가해자는 떳떳하고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다만 어느 한 회사의 문제만은 아님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할리우드에서 과거의 성폭력 사건들을 연이어 폭로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 한명의 용기 있는 고백이 다른 이들의 연쇄적인 고백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연이은 고백과 고발들은 더 이상 가해자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비겁한 변명 뒤에 숨어있지 못하도록 하는 명백한 증거들이 되고 있다. 



꼰대짓도 하던 놈이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중에는 분명 좋지 않은 일들도 존재한다. 10명의 사람이 있는 조직에서 하루에 10개의 일들이 벌어졌다면 적어도 한두 개 정도는 좋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게 언어폭력이 되었던, 업무상의 갑질이 되었던, 성희롱이나 성폭력이되었던 간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일들은 모두 좋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그 조직에서는 적어도 300개 이상의 안 좋은 일들이 발생을 한 것이다. 300개의 안 좋은일이라면 10명의 조직원 중 누구나 한번쯤은 안 좋은 일을 경험했다는 이야기이고,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안 좋은 일의 대부분의 가해자는 조직 구성원 10명이 골고루 나누어 갖는 것이 아니라 한두 명의 꼰대 같은 인간들의 역할이다. 언어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이 업무상의 갑질도 하고, 성희롱이나 성폭력도 한다. 그렇다면 용기 있는 누군가 혹은 한두 명의 가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이 서로의 피해 사실의 증거를 잘 모으고, 이에 대한 폭로와 고발조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내외의 정서는 더 이상 이러한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꼰대들의 불편한 행동들을 좌시하지 않으며, 그들에 대한 단죄의 목소리를 점점 높여가고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다수의 외국계 회사에서는 본사에 직접 연결되는 내부고발(whistle blow) 시스템들을 갖추고 있다. 언어의 불편함이 없도록 통역도 지원을 하고, 완벽하게 독립된 신고라인을 유지하고 있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불편하고 불합리한 일들에 대한 본사 차원의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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