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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Jan 29. 2018

43. 사무실에서의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

나한테만 적용되는 형평성


 얼마 전 대구에서는 시내버스에 커피를 들고 타지 못하게 금지하면서 많은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1) 뜨거운 커피를 들고 버스를 탔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버스회사에서 ‘테이크아웃 컵 금지’ 스티커를 버스 출입구에 부착을 하면서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하는 반면에, 조심하면 되는 거지 금지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Image from Shutterstock

 평창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강원도 지역의 숙박비가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인터넷에는 평소 1박에 5만원 정도 하는 시골 마을이 올림픽 기간 동안에 1박에 90만원을 받는다고 논란이 되었는데, 실제 평창과 강릉 주변의 숙소들의 평소 가격의 몇 배에 달하는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나마 개인 숙박보다는 올림픽 기간 동안 단체 숙박만 받는 곳도 있었다. 강원도에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으나, 숙박비는 현재 자율요금제로 되어 있어서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2) 


 위의 두 상황의 공통점은 공공의 이익(버스 안의 승객들, 강원도에 방문하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공리주의자유지상주의(커피를 들고 타는 사람,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높은 가격을 받고자 하는 숙박업소)의 충돌이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르면 수요가 높을 때 가격도 높아지고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도 떨어진다. 버스 안에 커피를 들고 타는 사례는 공급과 수요와는 별개로 개인의 이익과 다수의 이익의 충돌이지만, 평창의 숙소는 정확히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성수기에는 수요가 높기 때문에 비싼 요금을 받지만 비수기에는 수요가 낮기 때문에 낮은 요금을 받는다. 만약 성수기 요금에 대한 개입이 들어간다면, 비수기의 요금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는 개입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성수기에만 개입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형평성의 문제와 동시에 공급자의 일방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성수기의 요금을 낮추고 비수기의 요금을 그만큼 보전하여 어느 정도의 형평성을 이룬다면, 예전에 비수기에 숙소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원치 않는 비용의 분담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공급자에게 피해를 강요할 수도 없고, 불공정한 비용의 분담을 소비자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이러한 충돌에 항상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이러한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의 충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사무실에서도 빈번하게 발생을 한다



왜 나한테만 형평성이 적용되는 거냐고!


 성과 평가의 시기가 오면 항상 발생하는 문제이다. 목표를 세울 때는 자유지상주의자가 된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직원이 높은 연봉과 승진의 달콤함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평가의 시기에는 이게 공리주의로 바뀐다. 회사가 어려우니, 팀 성과, 부서 성과가 안 좋으니 당신의 성과를 모두 인정해 줄 수 없다. 다른 부서의 눈치가 보여서 당신만 연봉을 올려주거나 승진시켜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더 아이러니한 건,성과가 뒤쳐질 경우에는 다시 자유지상주의가 적용되어 가차없이, 페널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공리주의라는 미명하에 형평성은 회사가 유리할 때만 적용이 된다. 자유지상주의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시키기 위해 도입이 되지만, 결국은 회사에 유리한 공리주의로 마무리가된다. 


Image from Shutterstock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난1년 동안 남들보다 몇 배가 열심히 노력해서 월등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번 평가에서 S 등급을 받으면 연봉도 오르고, 특진 조건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런데, 팀장은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5명의 팀원 중 C 등급을 받을 만한 직원이 있는데, 이 직원에게 B를 주기 위해 나에게 S 등급이 아닌, A 등급을 주겠다고 한다. 그 직원은 C 등급을 받으면, 2년 연속 받는 거라 많은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그리고 팀에도 C 등급인 직원이 있는 건 팀장 본인의 평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리고 팀에는 평균 등급에 제한이 있어, 내가 S 등급을 받으면 그 직원은 C 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고, A 등급을 받은 직원을 B등급으로 내릴 수도 없으니, 나한테 양보를 하라고 한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설득을 한다. 이러한 상황이 앞의 평창의 숙소 비용에서 발생하는 강제적 개입에 의한 비용의 분담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일년 내내 C 등급을 받아야 하는 직원보다 몇 배나 열심히 일을 했기에 이러한 비용의 분담은 한없이 불공평하게만 느껴진다. 그 직원은 근태도 좋지 않고, 근무 시간에도 딴 짓만 한다. 이것이 제레미 벤담이 주장했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란 말인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가 희생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면,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결과적으로 이러한 공정하지 못한 성과의 분배는 동기결여를 유발하게 된다. 


 결과론이 될 수도있지만, 만약 C 등급을 받을 직원을 B 등급으로 맞추어 주었는데, 이 직원이 바로 회사를 그만 둔다면 팀장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심지어 이 직원은 오랫동안 이직을 준비하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던것이라면. 그리고 이에 대한 불만으로 팀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면, 팀장의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당장의 성과 평가에 있어서는회사의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언정, 팀원, 그리고 인재의 유출을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분 경영], [겅호]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라 리더쉽 전문가인 켄 블랜차드는 상황대응 리더쉽을 제시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동일한 대우를 하는 것만큼 불평등한 일도 없다’ 라고했다.(3) 사람들은 그 능력과 의지에 있어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능력도 출중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충만하지만, 어떤 사람은 능력치도 낮고, 의지도 없다. 어떤 이는 의지는 충만하지만,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어떤 이는 능력은 있지만, 의지가 부족하기도 하다.


Image developed by Sungjin Kim

 좋은 리더는 각각의 직원들에 대한 능력과 자유 의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업무를 할당하고, 또 부족한 의지와 능력을 개발시켜주며, 동시에 적절한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와 개발된 의지와 능력에 대한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통해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 더 나은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고, 더 나은 성과를 도출하는 더 능력 있는 인재들이 될수 있다. 이렇듯 개개인의 능력과 의지를 존중하고 그에 따른 성과에 대해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있도록 하는 자유지상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조직의 전체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공리주의적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한다.


 한편, 일부 영업부 직원들은 연말이 되면 종종 과도하게 좋은 실적이나오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성과를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회사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넘어가는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내년도 목표 할당의 기준이 과도하게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무제한으로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과 할당은 단순하게 전년도의 실적만을 기준으로 삼지도 않는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센티브를 위해 실적은 단기간 치솟을 수 있겠지만, 그다음 년도에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할당 받아 목표달성의 의지가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적은 다시 떨어질 것이고, 목표는 다시 조정되고, 그 다음에는 다시 실적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가 반복되며 담당직원은 지쳐가게 될 것이고, 회사에서는 정확도 높은 매출 예측이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조직에서 일정 수준의 제한을 통해 성과보상과 목표할당에 적절히 개입을 함으로서, 보다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기도 한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소수가 과도한 성과를 독점하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할당 받는 일이 없도록 조절을 한다. 이러한 개입은 자유지상주의에 반하는 다분히 공리주의적인 부분이지만, 그 결과 역시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임은 분명하다. 


 실제 모든 조직에서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기회 혹은 성과의 배분에 있어서 형평성에 대한 부분은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조직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따라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위험의 분산을 고려할 때는 공리주의적 접근이 보다 안정적일 수 있고, 기회의 개발, 조직의 성장 등에 있어서는 자유지상주의적 접근이 보다 성장과 발전을 가속화 시키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단지,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적 접근만이 올바른 답은 아닐수도 있다. 조직이라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진화하기 때문에, 그 때 그 때의 합리적인 방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공리주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조직을 위해 희생을 당연시 하는 집단이기주의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공리주의의 폐해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들며, 난파된 배에서 살기 위해 가장 체력이 약하고 가족이 없는 소년을 다수를 위해 희생시키거나, 마을의 평화를 위해 동굴 속에 갇혀 지내는 병약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공리주의로 포장된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꼬집었다. 물론 동시에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조직에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개인이기주의 또한 분명히 조심해야 한다. 





1.    커피 쏟아서 엉망 된 버스…'음료 반입 금지'에 갑론을박, SBS 뉴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463447&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2.     도지사까지 나선 강릉 숙박요금… 왜 비싼가 했더니, 뉴스1, http://news1.kr/articles/?3164905

3.     하루만에 끝내는 MBA, 김영사, 1부 리더쉽.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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