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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이 Mar 24. 2024

해방

  작은 움직임이 파동을 일으켜 불안한 감정을 피어오르게 만든다면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 안에서 천장을 보고 차가운 심해에 천천히 스며들어 계속 바닥으로 가라앉을 동안 바깥영역의 존재들은 변화하고 있었다.


  안양천을 따라 걸으며 흔들리는 물결을 보고 나무를 보며 어느새 가을이 지나가고 다시 한 살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영원히 갇힐까 봐 두려웠던 모호한 가능성 그리고 빈칸으로 남아버린 감정들이 있었다. 심해 위에 떠다니던 부유물을 걷어내고 자세히 보아도 알 수 없었던 내 시간들을 이제 와서 하나씩 담아내고 있다면, 스치듯이 지나가는 변화 속에서 자라고 있는 걸까? 주름 속에 갇혀 죽음의 해방만을 기다리는 시간의 끝을 상상하는 작은 아이와 거울을 보고 있는 나의 할머니. 흘러내리는 눈꺼풀을 올리면서 어디서 쌍꺼풀을 했는지 물어보는 그녀의 모습이 순간에 기록되었다. 우리 모두 청춘시대를 보냈고 조금씩 뒤로 밀려나면서 다시 나타나는 또 다른 청춘들, 어느 순간 노화는 병이 되었고 조금씩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기술이 생겨나고 있었다. 영원한 젊음과 동시에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 너를 사랑할지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아쉬움 없는 그런 사랑이 어디에 있을까. 불안한 감정과 설레는 감정이 비슷하다면 나는 변화를 좋아하는 걸까. 또다시 스며드는 파동에 외로움이 밀려온다. 우리는 같이 밤을 보냈고 햇빛이 나오면 그림자에 숨어 천천히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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