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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Dec 28. 2017

춘천여행과 김유정문학촌

부자여행:춘천편 #11

오전 첫 여행지는 김유정문학촌이다. 봄봄과 동백꽃으로 유명한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에 형성된 문학마을이다. 김유정은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를 살면서 우리의 농촌을 배경으로 사실감있고 재미있는 글을 썼다. 그러나 내가 학창시절에 접한 김유정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저 시험을 위해 해체되었던 작품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일제강점기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면서 당시를 살았던 문인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상, 채만식, 윤동주 그리고 서정주, 이광수, 최남선 등의 인물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 내 나름의 시각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일제하 억압받던 민중의 삶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노력 그리고 좌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작품을 남기고 만 서른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달리한 김유정은 일찍부터 문학계에서 여러가지 추모사업을 벌였다. 그정도로 한국문학에 대해 김유정이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그의 작품은 일찍부터 영화화되었고 교과서에 실리면서 대중적인 문학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을 읽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춘천 근처에 있는 그의 문학촌을 여행지에 포함시킨 건 책을 좋아하는 진우 때문이었다.

김유정문학촌은 춘천역에서 서울방향으로 남춘천 다음인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원래 이 역은 경춘선이 처음 만들어진 1914년에는 신남면이라는 지명을 따 신남역이었다. 그러다가 2004년 12월부터 김유정역으로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춘선 김유정역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은 듯 깔끔하면서도 썰렁했다. 역을 빠져 나오자 그 옆에 옛 신남역이면서 구 김유정역사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긴지 오래되 보이는 낡은 역사였지만 오히려 그런 낡음이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해주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우와 함께 구 김유정역을 둘러보았다. 철길에 내려가 레일 위를 걸어보기도 하고 관광객을 위해 놓아둔 옛 기차에 올라 보기도 했다. 진우에겐 좋은 체험이 되었다. 나도 진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진을 찍으면서 아득하게 먼 옛날의 김유정을 떠올려 보았다. 360도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을 그를 상상해 보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을 김유정의 어린시절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박완서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그들의 작품이 단순한 상상에 의해 그려진 완벽한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추억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평일인데다가 오전이어서 그런지 우리말고는 김유정문학촌을 거니는 사람은 없었다. 진우와 나는 천천히 문학마을을 거닐었다. 문학마을은 조성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휑한 모습이었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김유정 문학관은 규모는 작았지만 김유정의 생가를 복원해 그의 어린 시절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 전시된 옛 물건 중에 우연히 ‘맷방석’을 발견하고는 진우와 나는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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