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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Oct 23. 2023

이번 운동은 달리기로 정했다.

인생은 걷든지 달리든지 둘 중 하나니까

어릴 때부터 많은 운동을 해왔다.

초등학교땐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주차장 공간에서 매일같이 축구나 야구를 했다.

지하주차장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학교를 마치는 오후 시간에는 주차장이 한산했다.

생각해 보니 그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했던 것 같다.

통금 사이렌이 사라진 지도 얼마 안 된 시절이었다.

그래도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몇 대는 있었지만 야구공이나 축구공이 차를 때려도 크게 문제 되는 일은 없었다. 가끔 가족들과 배드민턴도 쳤다.

중학교에 올라가선 친구와 함께 테니스를 배웠고, 모래시계 열풍에 동참하고자 검도를 배웠다.

고등학생 때는 쉬는 시간에 미리 밥을 먹고 점심시간마다 농구를 했다. 

그리고 싸움을 잘하고 싶어서 유도도 잠시 배웠다. 

대학생 때는 농구를 하고 당구를 쳤다. 그리고 겨울에는 보드를 탔다.

결혼을 해서 헬스와 수영을 다녔고, 40대가 되어 살기 위해 필라테스와 복싱을 했다.

 



돌아보니 참 많은 운동을 했다. 돈도 많이 썼다. 

하지만 워낙 싫증을 잘 내고 포기가 빠른 성격이라 그중에 자신 있게 내세울만한 종목은 없다.

꾸준히 했다고 할만한 건 학창 시절과 군대, 직장에서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축구와 농구뿐인 것 같다. 최근에 복싱도 1년을 넘게 했지만 점점 내 몸이 버거워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는 학원비도 꽤 신경이 쓰이고.

직장의 선후배, 동료들이 수없이 골프를 권했지만 골프는 운동이 크게 안 되는 것 같고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 시간이 아깝다.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한자라도 더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간적으로 부담이 적으면서 운동 효과가 크고, 몸에 무리가 되지 않고 비용도 저렴한 운동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조건에 가장 적합한 운동이 생각났다. 

바로 달리기였다.

달리기가 취미였던 몇몇 선배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늘 활력이 있어 보였고, 일도 잘했다. 주말이면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맨해튼의 수많은 뉴요커들도 센트럴파크를 뛰지 않는가. 

체력이 없으면 일을 잘하기 힘들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무조건 달리는 게 일상이다.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주위에 얘기를 했더니 은근히 많은 동지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런데이라는 앱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모든 게 완벽한 운동 도우미다. 전담 코치가 따로 없다.

누구나 쉽게 달리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나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이 있다. 1주일에 3번 8주 코스다.

그동안 거쳐온 수많은 운동에서 보았듯이 지속력은 떨어지지만 일단 시작하고 보는 건 자신 있다.

우선 러닝화가 필요했다.

빠르게 인터넷을 검색했다. 러닝화 계급도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하층 계급인 마실용으로 찾아봐도 10만원이 넘었다. 그래 이 정도는 학원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리고 러닝은 운동화가 다니까.

나이키 앱 첫 주문 15% 할인을 받아 신나게 주문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다음 날 생각해 보니 핸드폰을 보관할 가방이 필요했다.

암밴드와 러닝벨트 1+1 세트로 만원에 구입했다. 이건 개인 취향이다.   

난 러닝벨트가 더 편해서 좋은데 아내는 암밴드가 멋있다며 더 좋아한다.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택배가 도착하고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왔다.

저녁으로 든든하게 삼겹살을 구워 먹고 2시간 정도 지나 9시에 대망의 첫 달리기를 시작했다.

공원으로 해서 상가지구를 크게 한 바퀴 도니 23분 코스에 딱 맞게 도착했다.

짧은 시간에 생각보다 꽤나 먼 거리를 뛰었다. 

상쾌했다. 시작할 땐 추웠는데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역사적인 내 인생 14번째 운동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나처럼 쉽게 흥미를 잃는 사람에겐 특히나 재미있는 운동이 아니면 꾸준히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표적인 노잼 운동이 바로 헬스와 조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깅도 급속도로 진보한 애플리케이션의 힘을 빌리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 딱 맞는 운동을 찾은 거 같아 기뻤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13번 정도 느껴본 감정이다.

늘 그랬듯이 이 기분이 언제 또 마른 장착처럼 사그라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시작은 좋다.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는 나를 칭찬하고 싶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머리가 맑아지고 몸은 가벼워진다.


그래, 나만 혼자 건강해질 순 없다.

내일부터 아내와 아이들도 같이 뛰자고 해야겠다.

딱 한 번이면 러닝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 분명하다. 

동네 산책로가 너무 잘 되어 있다. 오직 나 혼자 달리고 있다는 뿌듯함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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