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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로 Oct 28. 2020

팀장도 회식이 싫습니다

팀장 껍데기를 버리면 드러나는 회식에 대한 증오

"변팀장 갈거지?"


"아니오. 안 갑니다."


라고 외치고 싶었다. 팀장이 되었다는 이유로 '행사'에 불려가야하는 인싸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사원, 대리였을때만 하더라도 나 하나 없더라도 상관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팀장' 이라는 직책을 얻자마자 나는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싸'가 되어버렸다. 내가 제일 우려하던 일이 발생해버렸다. 회사생활에서 적당한 '아싸'의 생활이 무너져버렸다.


적당한 '아싸'로서의 삶

당신은 회사에서 '아웃싸이더'인가? 존재감을 내비치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튀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일을 또 개판치지는 않는.. 그들만의 비공식 회식자리에 끼진 않지만 어느 한 팀의 구성원으로서 일을 묵묵히 수행해가는 그런 아싸였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과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는 점 등이 슬슬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소외되어갔던 것이다. 스크린 골프, 행주산성 등등. 그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그들만 아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꽤나 끼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었구나 싶다. 새삼 느껴진다. 그 때의 그 묘한 무시의 기운이. 


그런데 나는 그게 좋았다. 내 회사생활의 모토는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내가 할 일은 제대로 하자는 것과 최대한 빨리 피드백을 하자는 것 두가지이다. 남들은 사적인 자리를 가지며 친해지고 나름의 경쟁력을 쌓아가는데 나는 맨날 회식만 하고나면 찍히고 무시당하고 내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 비재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들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일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회사에서 싫은 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회식이요, 하나는 야근이다. 


수동적 '인싸'의 삶

팀장이 되고나니, 내 모토가 뿌리채 흔들렸다. 불려다닐 일도 많아지고, 경영진과 대면할 일도 많아졌다. 그리고 팀원들 눈치도 봐야하고. 예전에는 내가 없어도 일은 흘러갔지만, 지금은 내가 결재하지 않으면 일이 진행이 안된다. 좋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느낄 것이다. 최근, 회식자리를 갔다. 팀장으로서. 그런데 참 싫더라. 팀장이라 구석자리에 앉아 눈에 안띄게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먼저 일어나지도 못하는 그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 회식 싫다. 팀장도 회식은 싫습니다. 팀장도 집에 일찍 가고 싶습니다.


팀장도 회식이 싫습니다

그렇다면, 매번 수동적으로 끌려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간다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인싸'의 생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퇴근시간이 땡 하자마자 제일 먼저 일어난다. 팀장됬다고 자리지키면서 팀원, 윗사람들 눈치 보기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자발적으로 잡는 회식은 '없다'. 거래처가 아무리 저녁을 먹자고 해도 나는 이제 끊을 줄 안다. 점심으로 대체하거나 오후에 간단히 커피한잔 하는 식으로 바꾼다. 내가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주관은 내가 능력이 있으면 회식 안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친해지지 않아도 충분히 거래는 성사된다. 물론 좀 더 어렵게 성사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매출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졌다고 해서 내 주관을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는 것.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팀장이 되고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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