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뭘 어떻게 팀장답게 하라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팀장답게 한다는 것에 대해 도저히 모르겠다. 한소리 듣고나니 팀장이래도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몰려오는 피로감, 떨어지는 의욕. 팀장이라고 팀장답게 하라는 말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해봤다. 이게 무슨 뜻일까?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 높으신 분들은 야근을 그렇게 밥먹듯이 하셨다. 꼭 밥을 드시고 집에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업무가 많아서였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임원이 되고 높이 높이 승진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야근은 어쩔때는 쓸모없는 보여주기식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하지 않기로 결심한 그 때 깨달은 것이다. 물론, 쓸데 없다는 것은 아니다. 조직생활에서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위해서 내 업무를 제 시간에 끝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 하는 야근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물론, 업무 시간내에 모든 일을 해결하자는 게 내 생각이지만.. 그 때, 높으신 분들의 야근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아무래도 직급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집에서는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가장으로의 모습을, 직장에서는 좋은 성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심의 직장인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내가 맡은일을 하면서 얻는 보람 등등. 이런 것들을 책임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라면 팀장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기본 소양이라고 해야할까? 여기에 각 팀장님들마다의 가치관을 하나 둘 넣어서 자신만의 레시피로 팀 빌딩을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팀장이라고 막무가내로 잔업을 하거나 나는 남을테니 너는 먼저 가세요 라는 분위기는 정말 지양하고 싶다. 팀장 눈치보느라 집에 가는것도 부담스러워하는 팀원들 눈치보는 것도 싫고,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다고 해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것도 싫다. 그냥, 나도 업무를 마치고 제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서 가족들하고 같이 있고 싶단 말이다. 팀장 되었다고 어깨 펴고 다닌다고 안되던 실적이 갑자기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내가 팀장이 되었기 때문에 성과가 갑자기 잘 나오는 것도 이상하다. 내가 영업하면서 진짜 느끼는 거지만, 한달 한달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매출 목표다. 내가 잘해서 신뢰를 얻어서 잘되는 것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파는 제품이나 브랜드 그 자체가 얼마나 소비자에게 잘 어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팀장이라고 똑같은 월급 받으면서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투입하라는 말도안되는 희생을 강요하는 회사에게 진짜 한마디 하고싶다. 안짤리고 회사 다닐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개 푹 숙이고 이 폭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팀장이나, 팀원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팀장답다는 건 똑같은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처하지만 제일 선봉장에서 파도를 맞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누군가는 나의 방패막에 힘들지 않게 직장생활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참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