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껍데기를 버리면 드러나는 회식에 대한 증오
"변팀장 갈거지?"
"아니오. 안 갑니다."
라고 외치고 싶었다. 팀장이 되었다는 이유로 '행사'에 불려가야하는 인싸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사원, 대리였을때만 하더라도 나 하나 없더라도 상관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팀장' 이라는 직책을 얻자마자 나는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싸'가 되어버렸다. 내가 제일 우려하던 일이 발생해버렸다. 회사생활에서 적당한 '아싸'의 생활이 무너져버렸다.
당신은 회사에서 '아웃싸이더'인가? 존재감을 내비치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튀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일을 또 개판치지는 않는.. 그들만의 비공식 회식자리에 끼진 않지만 어느 한 팀의 구성원으로서 일을 묵묵히 수행해가는 그런 아싸였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과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는 점 등이 슬슬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소외되어갔던 것이다. 스크린 골프, 행주산성 등등. 그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그들만 아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꽤나 끼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었구나 싶다. 새삼 느껴진다. 그 때의 그 묘한 무시의 기운이.
그런데 나는 그게 좋았다. 내 회사생활의 모토는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내가 할 일은 제대로 하자는 것과 최대한 빨리 피드백을 하자는 것 두가지이다. 남들은 사적인 자리를 가지며 친해지고 나름의 경쟁력을 쌓아가는데 나는 맨날 회식만 하고나면 찍히고 무시당하고 내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 비재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들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일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회사에서 싫은 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회식이요, 하나는 야근이다.
팀장이 되고나니, 내 모토가 뿌리채 흔들렸다. 불려다닐 일도 많아지고, 경영진과 대면할 일도 많아졌다. 그리고 팀원들 눈치도 봐야하고. 예전에는 내가 없어도 일은 흘러갔지만, 지금은 내가 결재하지 않으면 일이 진행이 안된다. 좋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느낄 것이다. 최근, 회식자리를 갔다. 팀장으로서. 그런데 참 싫더라. 팀장이라 구석자리에 앉아 눈에 안띄게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먼저 일어나지도 못하는 그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 회식 싫다. 팀장도 회식은 싫습니다. 팀장도 집에 일찍 가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매번 수동적으로 끌려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간다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인싸'의 생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퇴근시간이 땡 하자마자 제일 먼저 일어난다. 팀장됬다고 자리지키면서 팀원, 윗사람들 눈치 보기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자발적으로 잡는 회식은 '없다'. 거래처가 아무리 저녁을 먹자고 해도 나는 이제 끊을 줄 안다. 점심으로 대체하거나 오후에 간단히 커피한잔 하는 식으로 바꾼다. 내가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주관은 내가 능력이 있으면 회식 안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친해지지 않아도 충분히 거래는 성사된다. 물론 좀 더 어렵게 성사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매출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졌다고 해서 내 주관을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는 것.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팀장이 되고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