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에 대한 구분
팀장이 되어보니, 팀장으로서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하지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정의하고 업무를 적재적소에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분주한 나의 마음을 다스리려고 이 글을 쓴다.
어떤 지인은 이 시국에 팀장이 되었다고 대단하다고까지 했다.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진짜 이 시국에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감도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잘 돌아갈 때는 기분좋게 직급을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회사 역시 어려움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팀장이라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팀장이 되어있었고, 회사 매출과 성과에 대한 압박은 내 어깨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었다. The Having 과 같이 내가 팀장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정신을 가다듬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팀장이 되었다고 달라진 건, 주변에서 하나 둘씩 '팀장님' 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진짜 팀장이 되었다는 '현타'가 온 건, 내 앞에 올려진 결제 기안이었다. 맨날 기안 결제만 받다가 누군가의 결제를 해준다는 것이 어색했다. 그러면서 나도모르게 업무에 대한 체크를 하나 둘 해나가기 시작했다. 분주했다. 어디까지 내가 체크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알아야 할 건 태산같았다.
나에게 필요한 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것이다. 실무를 했던 일들 중에서 팀원에게 배치해야 할 업무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일을 누군가에게 이관한다는 것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에 하던 업무를 계속 해나가기에는 너무 지엽적인 생각들로 팀을 꾸려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깊은 내면에는 같은 업무시간에 업무량만 두세배로 늘어난 것 같아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생각이 있었다. 팀장이라고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업무들을 재구성하고 재 배치해서 팀을 꾸려갈 여백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내가 리더에 대한 생각들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팀원들에게 결정권을 주어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가감없이 팀장이 되자마자 이 부분부터 신경쓰리라고 다짐했다. 어떻게 적용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는 사실 막막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내가 모든 결정을 다 내릴 수 없다는 것만이 팩트였다. 그래서 불필요한 회의도 없애고 팀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중요 내용만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가장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겪어온 직장생활에서부터 개선해야 할 부분을 생각한 데서 나온 생각들이다.
내가 신입사원 때 사수는 나에게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길 원했다. 시간단위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해야 했고, 거래처를 만날 때는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 하라고 조언했다. 나는 그의 아바타였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다보니 그게 당연한 줄 알았고, 나는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깊이 느끼기 시작했다. 내 성향 자체가 누군가에게 지시만 받고 앉아있는게 답답했고, 거래처와 회사 사이에서 메신져 역할만 수행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누구도 내 결정에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책임지려면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대로 일하기만을 원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나도 모르게 팀장이 되었고, 나는 묵묵히 주어진 환경안에서 나아가야 한다. 우선 마음을 다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