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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mize Impact
Nov 04. 2022
2022년 할로윈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일찌감치 잠에서 깬 신랑이 방에서 나오더니 어젯밤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있어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있었다 했다. 나는 어떤 사건일지 그때까지만 해도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후 쏟아져 나오는 보도들 속에 숫자로 기록된 사람들, 사건이 일어난 골목 그리고 사건이 정황을 듣고는 이내 얼떨떨해졌다.
사건이 있고 지금까지 수많은 보도가 쏟아졌다. 어느 곳을 가든 애도를 표현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모두 이 참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단 한 자도 써 내려가지 못했다. 개인적인 소셜미디어에 조차 애도의 글을 쓰지 못했다.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즉시적인 반응들이 이상하게 조금 무서웠고, 생각보다 덤덤하게 돌아가는 세상과 그리고 그 속에서 덤덤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내 모습도 생경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애도의 말을 남기는 게 왠지 모르게 죄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충분히 애도하고 있을까. 억울한 죽음을 대신 울어줄 수 있을까. 나에게는 간 밤에 일어난 일이 누군가에게는 영영 세상을 등져버리는, 누군가에게는 영영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됐다. 누군가에게는 간 밤에 있었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하루아침에 지옥이 되었다.
그제는 마음이 많이 힘들다는 친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지인은 다음 날, 너무 밝은 햇살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앞다퉈 글감으로 쏟아져 나온 인터넷상의 여러 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정말 충분히 애도하기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걸까...
죄스러운 말이지만 나는 여전히 일상을 살았다. 주어진 일을 하고 밥 먹고 웃고 잠을 잤다. 하지만 어젯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눈꺼풀에 자꾸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맺혔다. 자려고 불을 끄니 깜깜해진 방이 많이 무서웠다.
거리에서 그런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일상적인 공간에 공포감이 생겼다. 먹고, 잠자고, 일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모든 공간 곳곳에 많은 죽음의 기회들이 보여서 무서웠다. 두려울 정도로 너무 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이태원은 나도 한때 몇 년간 살았던 동네다. 할로윈 때마다 들뜬 사람들이 그 동네에 와서 신나게 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주말이면 늘 번잡하던 동네였다. 동네에서 이태원 파출소 앞을 지날 때면 여기 있는 파출소 경찰관분들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이태원 파출소에서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 한 분이 울면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한 지인은 소셜미디어에 '여러분 잠을 잘 수 있나요?'라고 한 줄 글을 올렸다.
나의 애도가 충분하지 못하여 이 글을 쓰는 내 손가락이 부끄러움을 고백하며 글을 마친다.
이 사건으로 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괴로운 기억은 잊으시고 부디 평안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유가족분들께는 어떤 말로도 위로를 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부상 입으신 분들의 쾌유를 빌며, 이번 현장에서 얻은 트라우마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분들이 잘 이겨내시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