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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Feb 04. 2023

네모 반듯한 시안의 매력

시안(西安) 지역연구 1일차 (3)

자매 누각이랍니다, 종루(钟楼)와 고루(鼓楼)


옛날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거나, 전란이나 화재 등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경보를 전하는 곳, 종루와 고루. 중국의 웬만큼 큰 도시나 건축물에는 종루와 고루가 존재한다. 닝보 여정에서도 고루(鼓楼)를 본 것을 적은 적이 있다. 종루는 종이 있는 곳이고 고루는 북이 있는 곳인데, 옛날엔 고층건물도 거의 없었다 보니 종루와 고루의 높이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편이었고, 그렇기에 여러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청진대사가 있던 곳에서 조금 나오면 아래부터 지붕까지 모두 각진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여기가 시안의 고루, 그리고 거기서 좀 더 큰길 쪽으로 나가면 원형 교차로 한가운데 보이는 지붕이 뾰족한 건물이 종루다. 마치 뤄양의 톈탕(天堂)과 밍탕(明堂)처럼 두 건물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시안의 종루와 고루는 20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자매 누각(姐妹楼)라고도 불리며, 중국에 있는 종루와 고루들 중 그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길며,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루(鼓楼)는 명태조 주원장 때인 1380년에 지어졌고, 청나라 때 두 번에 걸쳐 보수를 했다고 한다. 아래쪽 기초부가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지붕이 두 겹으로 올라온 겹처마 지붕인 것이 특징이다. 명나라 때 고루 주변에 행정기관과 주거지가 밀집해 있었기 때문에,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이 북소리만큼 익숙한 소리가 없었다고 한다. 편액에 적힌 '소리가 하늘까지 들린다(声闻于天)'는 말도 그런 의미다. 


고루를 뒤에서 본 모양은 위 사진처럼 각져있지만, 옆에서 보면 오른쪽 사진처럼 삼각형의 지붕 측면이 보인다. 안에 계단이 있어 올라가 볼 수도 있기는 한데 그 풍경이 왠지 좀 시시할 것 같아서 우리는 종루에 가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고루를 지나 광장 같은 곳으로 나오면,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스타벅스가 있고 저 멀리 뾰족하게 생긴 녹색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여기가 종루다. 광장에 당나라 때의 여인을 캐릭터화한 조각상이 있었는데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다. 


종루는 회전교차로 가운데에 섬처럼 서 있는데, 건너가는 횡단보도는 없고 지하도를 통해 가게 되어 있다. 지하도로 내려가서 종루 표시를 따라가면 아래 사진처럼 매표소가 나오고, 여기서 표를 살 수 있다. 종루+고루 통합표도 살 수 있는데 우리는 그냥 종루 표만 샀다. 입장료는 30 위안. 참고로 기계에서 표를 살 때 인원수를 여러 명 입력해도 표 한 장에 몰아서 준다. 혹시 기념으로 표를 간직하고 싶다면 따로 끊기를 추천한다.



종루는 고루보다 4년 늦은 1384년에 만들어졌다. 원래는 여기 있던 게 아니라 고루의 맞은편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안이라는 도시를 확장하려는 계획에 따라 동쪽으로 옮겨져 지금 위치에 이르렀다고. 고루와 마찬가지로 청나라 때 몇 차례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시안이라는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데다 높이도 높아서, 근대에 이곳 종루는 거의 군사 경보 기지 같은 것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종루에 도착해 건물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느낌이다. 고루와 마찬가지로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 사람들이 올라가서 풍경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인다.



종루 안으로 들어가 밖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나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옆쪽으로 걸어가서 보면 방금 우리가 지나왔던 특이하게 생긴 스타벅스와 저 멀리 자매 누각인 고루가 보인다. 파노라마로 보면 더욱 멋있다. 날씨가 좀 더 좋았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만족한다. 종루가 시안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라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이곳에 올라서면 시안 시내가 쭈욱 펼쳐져 보이고, 쭉쭉 뻗은 대로와 대로 위를 지나는 차들이 네모 반듯한 시안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네모 반듯한 시안의 매력


종루에서 시안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方方正正'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사각형의, 반듯하다'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인데, 시안 시내의 중심이라는 종루에서 내려다보니 시안이라는 도시가 정말 반듯하게 느껴졌다. 중국인들은 이런 이유로 시안을 '두부(豆腐块)'로 묘사하곤 한다. 시안의 지도만 봐도 이 도시가 얼마나 네모 반듯한지 알 수 있다.



네모 반듯한 성, 그 가운데 보이는 건물이 종루고, 그 서쪽에 씨따졔(西大街, 서쪽 대로), 동쪽에 동따졔(东大街, 동쪽 대로)가 있고 종루가 있는 라인이 중심축이 되는 모양이다. 마치 누군가 그 위에서 바둑이라도 둔 듯 구획이 격자로 나뉘어 있다. 요즘 한국의 신도시나 계획도시가 이런 모양이던데, 신기할 따름이다. 베이징도 고궁을 중심으로 비슷한 모양의 구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마 그 역사로 따지면 시안이 한참 앞서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나라 때의 시안이 위 그림처럼 구획이 나뉜 '계획도시'의 형태였던 것을 보면, 시안의 지금 모습이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예로부터 시안은 관중평원의 중심에 있는 가장 드넓은 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지형 때문에 방시제(坊市制), 그러니까 바둑판식 도시 계획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의 중심에 있던 건물이 바로 종루였던 것. 


그러니까, 시안에서 맑은 날을 만나게 되면 꼭 종루에 올라가 보시라. 베이징의 경산공원(景山公园)과는 또 다른 시안만의 반듯반듯한 매력을 만나게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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