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치조지 이노카시라공원
사실 벤치가 이렇게 넓은지 몰랐어.
너와 함께 앉아 있을 때는 그런 것조차 몰랐어.
이젠 혼자서 벤치 가운데에 앉아 있을 수도 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겠어.
무게중심이 여전히 한 쪽으로 쏠려있는 걸까?
여전히 너로 기울어져 있어서
가운데에 앉아 있을 수는 없나봐.
네가 다시 돌아와서 이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잡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나인데
너와 함께 했던 그 날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웠는지 몰랐어.
그 날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 줄 알았다면 널 한 번은 더 잡았을까?
까마귀야.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을지도 몰라.
그냥 그 자리에서만 있어줄래.
너의 날갯짓 소리를 듣는 것이 두려워.
그가 떠나가는 마지막 발걸음 소리처럼 들릴 것 같아.
그게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