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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쿄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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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병준 Jun 17. 2017

까마귀

- 기치조지 이노카시라공원

도쿄사색(四色)

까마귀 – 기치조지 이노카시라공원(Inokashira Park)


사실 벤치가 이렇게 넓은지 몰랐어.

너와 함께 앉아 있을 때는 그런 것조차 몰랐어.

이젠 혼자서 벤치 가운데에 앉아 있을 수도 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겠어.     


무게중심이 여전히 한 쪽으로 쏠려있는 걸까?


여전히 너로 기울어져 있어서 

가운데에 앉아 있을 수는 없나봐.

네가 다시 돌아와서 이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잡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나인데     


너와 함께 했던 그 날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웠는지 몰랐어.

그 날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 줄 알았다면 널 한 번은 더 잡았을까?     


까마귀야.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을지도 몰라.

그냥 그 자리에서만 있어줄래.

너의 날갯짓 소리를 듣는 것이 두려워. 
그가 떠나가는 마지막 발걸음 소리처럼 들릴 것 같아. 

그게 두려워.

기치조지 이노카시라공원1
기치조지 이노카시라공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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