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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병준 Jun 24. 2017

미열

도쿄 어딘가에서

도쿄사색(四色)/ 곽병준

미열 - 도쿄 어딘가


도쿄로 여행을 떠난지 3일째 되는 밤이었다. 밤에 잠을 자려 누웠는데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아침이 되어서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안함의 이유는 감기였다. 너무 무리해서 다녀서인지 약한 감기에 걸린 듯했다. 계획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서 숙소 근처만 천천히 둘러보려 했다.


하지만 그 계획마저도 취소해야만 했다.
하루 종일 미열(微熱)이 가시질 않았다. 

Photo by Sandis Helvigs on Unsplash

잔잔한 만큼의 온도 그 정도의 미열이 온몸을 휘감았다.

평소보다 심장이 조금 더 쿵쾅거리는 것도 같았고 몽롱한 느낌이 계속 들기도 했다. 


분명히 이 미열은 몸이 내게 하는 경고였다. 무리해서 지금 몸이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경고였음에도 미열이 몸을 휘감는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우린 함께 있을 때면 뜨겁게 타올랐다. 함께 있을 때면 당신의 체온이 나의 것이었고, 나의 체온이 당신의 것이었다. 그러다 잠시 떨어질 때면 약간의 온기가 서로의 체온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런 서로를 보며 행복해했다. 우린 짧은 그 순간마저도 행복해했었다.


미열에서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떠오르는 것 같아 행복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 온기가 떠올랐다.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다 식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미열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었던가.


난 이 미열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당신의 체온이 내게 남아있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https://www.pexels.com/photo/steamed-windows-curtains-19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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