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여름입니다.

by 둠두

여전히, 여름입니다.

오늘 하루는 잘 마무리하셨나요. 아니면 아직 하루가 진행되는 중인가요?

끝나셨다면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참으로 버티기 어려운 하루였죠. 착실히 흘러가는 시간에 휩쓸려 어딘가로 부유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신겁니다.

아직 마무리 전이라구요? 그렇다면 포근한 침대에 잘 씻고 누워있을 시간을 상상해봅니다.

절로 웃음이 나죠. 그 힘으로 다시 마무리를 하면 됩니다. 모두의 끝이 아름답고 평안하기를 바랄뿐입니다.


절기상 입추도 처서도 지나고나니 저녁을 해먹고 나오는 길이 유독 어둡습니다. 더위에 지쳐 어서 더위가 물러가주기만을 기다리다보니 어둠이 함께 깊어진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네요.

이맘때가 되면 10층 건물 꼭대기에 있는 사무실이 생각납니다. 통창으로 된 건물 덕에 여름이 유독 더 더웠거든요. 에어컨도 부족했구요. 하지만 매일 해가 지는 시간, 유독 아름답던 하늘과 노을을 구경하며 깊어지는 어둠에 사그라들 더위를 기대하느라 어둠조차 아름답게 깊어진다 기뻐하곤 했었어요. 마음에 두려움이 많은 저는 사실 이토록 깊은 어둠은 가까이 두고싶지 않아했거든요. 어둠이 깊으면 자유을 잃고 집에 갇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습니다. 그런 제가 기대할만큼 더위는 참 어려워요.


오늘도 정규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 저녁을 해먹었습니다.

밥을 해먹는다는건 정말 쉽지 않아요. 하루종일 일에 지친 몸으로 뜨거운 불 앞에 서서 음식을 만들어내다보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곤해요. 실컷 흘린 땀이 식고나면 어느새 몸이 한없이 더 큰 피곤 이불을 덮습니다. 그럼 마음에선 또 어느새 불길이 일렁입니다. 미움이 피어나요. 내 힘듦은 누가 이해하나 싶구요.

밥을 다 먹고나면 뒷정리는 남편에게 맡기고 다시 학업을 하러 나옵니다. 혼자 차를 타고 가는 10여분이 가장 힘들고 쓸쓸해요. 어려운 마음들이 혼자 있는 틈에 마구 터져나옵니다.

그 앞에서 멍하니 마음들이 터져나올 곳을 마련합니다. 그러기엔 10여분도 짧긴해요. 그렇게 다시 도착한 학교에서 못다한 일을 처리하거나 논문을 읽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실험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가버립니다.


저는 하루의 끝이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자면 끝인가? 그럼 시작은? 해가 뜨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로 저는 시간 위를 둥둥 떠다닙니다.

퍽, 괴로워요. 지금 제가 마음에도 안들구요.

어떻게 돌파해야할까요.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지나가는 커서 뒤에 남기며.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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