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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Feb 01. 2024

커뮤니티 시대 4 : 불안은 우리를 커뮤니티로 이끈다

불안한 우리 모두를 위한 글

세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급변하고, 우리 앞의 삶은 단 한 발자국조차 내다보기 힘들다.


요동치는 현실에서, 핵개인화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존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진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우리를 더욱 불안으로 밀어 넣고,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보다 못난, 비슷한, 더 잘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찾아 나선다.



핵개인 이라는 것은, 삶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것이고,
이는 자유와 유연함과 불안을 선사한다



부모님, 친구, 가족, 연인 이라는 관계성 및 그 관계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매여 있지 않고, 나 홀로 오롯이 나의 삶에 대해 결정하고 살아가는 핵개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과의 고정된 관계와 질서 속에서 내 삶의 닻이 되는 시절은 이미 저 멀리 과거로 떠내려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자신의 삶의 방향과 방식을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하고 살아 나아갈 수 있다는 막대한 자유와 유연성을 의미한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가 강제된 시절도,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도,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고정된 삶의 틀도 이제는 더 이상 없다(혹은 없어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그냥 원하는 대로 알아서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타인에 기대지 않는 자유와 유연함은 개인의 내면적 성숙함을 요구한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싶고, 그래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어디로도 가기 두렵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현실적으로 비유해 보면, 대학교 졸업하니 이제 알아서 살라고 한다. 그런데 그래서 뭐 어떻게 벌어먹고 살라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시대인 것이다. 오롯이 나 스스로가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하고 싶은지 나만의 기준으로 결정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나와 당신 같은 사람은 삶을 어떻게 살아 나아갈지에 대한 단단한 원칙과 방향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말거나 이러한 핵개인화는 시대의 요구이자 압력이 되어 우리 개개인을 휩쓸고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파생된 불안은 나와 당신뿐만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불안 해소하기 1 : 나를 타인에 비추어 보기.
(나와 비슷한 사람 만나기)


우리는 우리 홀로 있을 때 우리 자신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적절한 타인이 있어야만 나 자신을 구체화하고, 더 나아가 개변할 수 있다.



마치 혼자 공상할 때 수많은 모호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다가, 타인과 대화를 할 때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글쓰기도 이와 비슷한 효용을 지닌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우리 자신의 기준과 호오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나를 적절히 비춰줄 수 있는 타인을 찾아 나선다. 그것은 심리상담사일 수도 있고, 아니면 친구일 수도 있다. 요즘 들어 가장 트렌디한 '타인'은 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타인인 것 같다.


나를 적절히 비추어 보기 위해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나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고 반문할 수 있는 맥락적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의견을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관계적 거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나와 비슷한 나이 이거나, 비슷한 산업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비슷한 삶의 방향을 추구할 때, 혹은 이 모든 것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나의 의견을 이해하고 또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나와는 관계적 그리고 심정적으로 1~2 발자국 떨어진 사람 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사람을 가족 혹은 주변에서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족에게 말하면 너무 걱정만 하거나 가르치려 하고, 동료에게 말하기는 왠지 꺼림칙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취향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묶어주는, 그리고 나와는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관계만 가지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모임에 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타인과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며 우리 자신이 무엇을 호오하고 또 논하고자 하는지 알아간다. 그것도 책과 술과 영화라는 테마를 조미료로 더해 조금 더 고상하게!



불안 해소하기 2 :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 받기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들 만나기)


삶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모를 때 오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까?


삶의 기준은 그냥 저 멀리 치워두고, 하루하루 내가 더 낳아지는 어떤 행위를 하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하루하루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양한 것이 있지만, 바로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매일 운동하고, 자기계발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러한 매일의 행동들이 쌓여 우리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만든다. 하지만 이런 혼자 하는 행동에는 오랜 기간의 인내와 꾸준함이 요구된다. 하루 운동했다고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오랜 인내와 꾸준함이 없어도 단번에 나 자신이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내가 보기에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룹에 속하는 것이다.


트레바리와 같은 서비스는 이런 "괜찮은 그룹에 속해있다"라는 감각을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다.

가만히 보면 트레바리의 모임을 신청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진다 "도대체 저만큼의 돈을 주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기계발을 중요시하는 사람일까?".


즉, 트레바리라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 자체가 "독서모임 치고는 매우 큰 금액"이라는 필터를 통해 어느 정도 걸러진 괜찮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약간은 속물적이면서도 당연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신청한 모임에 들어가면 첫 만남에서 서로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그 자기소개를 통해 개개의 사람들의 배경과 인상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변호사, 의사, 금융인, 대기업 직원........ 의 사람들이 모이는 그룹에 내가 들어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각자 자신의 최고의 면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독서라는 고상한 행위를 중심으로 가져가는 만큼, 개개인의 화두 및 의견 또한 매우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것 또한 느끼게 되고, 내가 정말로 괜찮은 그룹을 만났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모임을 마치고 나오면서 우리는 훌륭한 사람들이 모인 그룹에 속해있는 "훌륭한" 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모임에 속한 만큼 앞으로 나는 더욱 괜찮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불안을 잠시라도 털어두고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가진다.



불안 해소하기 3 : 나보다 더 좌절한 사람들 보기


우리는 언제나 항상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거나,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상당 부분 자기 파괴적이고, 이러한 자기 파괴에도 불구하더 타인보다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라 느끼길 바란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간다.

아니라면 왜 그렇게 자조적인 글들이 넘쳐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열심히 글을 읽을까.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다음 글에서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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