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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Feb 18. 2024

회고1: 조상님이 도와줘서 시작한 데이터 분석가 커리어

이직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결국 포트폴리오란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나의 서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만의 서사를 과거에서 길어내고 또 꾀어보기 위해 회고를 작성하기 마음먹었다. 내 커리어 초창기부터 차근차근 글을 써본다.



짜잔, 오늘의 회고 주제는 "어쩌다 보니 나는 데이터 분석가가 되었을까?"이다


내가 데이터 분석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회사는 '다나와'와 비슷한 서비스이다. 특정 상품의 가격을 해당 상품을 제공하는 동종의 플랫폼 간 비교하여 고객에게 알려주는 앱이 핵심 서비스인 곳이다. 지금 돌이켜 현금도 많이 들고 있고, 또 막 성장을 하던 회사가 '이제 막 전역해서 경력도 없는 나를 왜 데이터 분석가로 뽑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의문에 내가 커리어를 시작하던 순간의 IT 산업과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에 대한 답이 들어있다.


5년 전만 해도 사실 데이터 분석가라는 포지션이 뜨고는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데이터 분석가라고 말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왜냐하면 누구도 데이터 분석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확실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엑셀로 제무재표를 다루었다면 데이터 분석가인가? 회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짜보았다면 데이터 분석각인가? 


그렇기에 회사들은  '우리 회사에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서 "무언가"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일단 뽑아두면 "무언가" 보여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데이터만 주어지면 "무언가" 기가 막힌 인사이트를 발굴해서 획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첫 직장의 경우 다른 회사들과는 조금 달랐다. 이미 분석 가능한 유저활동 데이터를 잘 모아두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임원 및 몇몇 사람들이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행위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그리고 파편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것을 도맡아 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은 그렇게 큰 기반지식 및 경험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문제를 데이터적으로 풀어 분석할 수 있는 논리적 판단력이 뛰어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시니어를 뽑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수치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주니어를 뽑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사수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뽑히게 되었다.


이때 생각해 보면, 나도 사실 데이터 분석 자체에 그렇게 큰 이해나 직관 혹은 이해가 있지는 않았다. 경제를 전공해서 공부하다 보니 좀 더 흥미로워 보니는 '회사'들의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싶었고, 마침 그때 IT 산업에서 빅 데이터 및 데이터 분석 같은 단어가 급격히 퍼지는 시기였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흔히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데이터 분석가가 갖춰야 하는 스펙'이 그렇게 어마무시한지 몰랐다. 그래서 '나도 세상을 이해하는 것에 관심 많은데, 한번 해보지 뭐!'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그냥 혼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 써본 거 쪼금, 모의 데이터 분석 한 것들 쪼금을 모아서 포트폴리오로 회사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회사에서 내가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부분들을 혼자서 빠른 시간 내에 습득하고 실행했다는 것에 큰 점수를 받았고, 그렇게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 말이 많았지만 이런저런 우연이 겹쳐서, 즉 조상님이 도와서, 데이터 분석가가 된 것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그때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지금 다른 회사들에 제출하면 서류에서부터 바로 탈락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이터도 있고, 그것을 잘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도 있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효용을 본 사례도 잘 쌓여있고, 임원들도 데이터를 잘 사용하는 이상적인 환경. 왜 그곳에서 나는 탈출 했을까?


다음 이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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