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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Sep 22. 2024

물류 데이터 분석가는 뭐 하는 사람인가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접하는 분석 대상은 "서비스 유저", 더 정확히는 사람의 행동이다. 그런데 왜 사람을 분석해야 할까?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이 자주 사용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구매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이해해야 하므로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분석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물동", 즉 물품의 움직임인 분야가 있다. 바로 "물류(혹은 SCM) 분석"이다. 그렇다면 왜 물류 분석이 필요하고, "물류"만 분석하는 데이터 분석가가 왜 필요해졌을까?


데이터 분석가 혹은 사이언티스트가 산업에 필요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자. 현대 사회에서 모든 구조체(회사, 앱 서비스, 물류망 등)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끝없이 커지고, 효율성을 위한 복잡성을 늘려간다. 그 결과, 개개인이 수기로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고 효율화하기에는 그 복잡도와 사이즈가 너무 커져버린다. 그래서 이 시점부터는 개인의 직관이나 경험보다는 시스템 내에서 측정되는 데이터와 이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인의 스킬셋이 한 번의 퀀텀 점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엑셀 시트에서 데이터베이스로, 간단한 수식에서 통계적 방법으로, 1대 1 관계에서 지표 기반 협상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기존 업무 처리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그런 역할을 전담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 분석가 혹은 사이언티스트다.


요약하자면, 시스템이 끝없이 복잡해지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도화된 의사결정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지고, 그 역할을 맡아주는 사람이 데이터 분석가 및 사이언티스트다. 이러한 "끝도 없이 복잡해지는 시스템"은 산업의 모든 분야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헬스장이 10개가 넘는 순간, 고객 개별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물류도 마찬가지다. 다루는 상품의 수가 늘어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복잡한 수학적 방법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필요해진다.


재미있는 점은, 물류 시스템의 경우 이미 많은 부분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류 시스템은 다양한 서브 프로세스(생산, 발주, 입고, 재고 관리, 출고 등)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프로세스를 어떻게 구축하고 효율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복잡한 결정 과정이며, 이때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물류 데이터 분석가는 전형적인 물류 시스템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변경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데이터적으로 고려해야 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즉, 물류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물류 데이터 분석가 혹은 사이언티스트가 물류 시스템에 대해 깊이 알아야 한다는 것은 사실 앱 서비스 데이터 분석가들이 서비스 구조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가는 이커머스라는 원형적 시스템의 구조를 잘 알아야 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분석가는 콘텐츠 서비스의 원형적 구조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물류 데이터 분석가의 특징은, 위에서 말했듯이 관심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물류라는 분야 자체가 데이터 분석가들에게 마이너한 관심사인 만큼, 이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자료도 잘 나와 있지 않다. 사람을 분석하는 분야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시스템을 분석하고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물류 데이터 분석가는 그러한 도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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