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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Nov 03. 2024

모든 싸장님이 겪는 문제 : 운영 데이터 관리

모든 비즈니스는 서로 다른 스토리와 구조를 가지지만, 훌륭한 회사들은 큰 맥락에서는 비슷한 문제들을 비슷한 시기에 겪고, 비슷한 해결책을 끌어낸다. 이러한 생각이 든 계기는, 소규모 생고기 온라인 판매회사를 운영하시는 싸장님이자 내 집주인분이 외친 '운영 엑셀시트가 너무 복잡해졌어! 도움 필요!'라는 말은 내가 보이게 결국 모든 회사들이 언젠가 겪어내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서, 하루 날을 잡아 사장님이 겪고 있는 '운영에 사용하는 엑실시트 너무 복잡!'이라는 문제의 근원적인 부분을 파고들어 가니 꽤나 여러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되었다. 


1. 피할 수 없는 운영 데이터 관리 고도화

첫 번째로는 흥미로운 점은, 모든 온라인 판매 업체는 주문량 및 입점 플랫폼 수가 어느 정도 수준을 도달하면 돈이 안되더라도 운영 데이터 구조화와 자동화에 시간과 돈을 쏟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가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온다는 것이다. 


위의 생고기 업체만 보더라도, 일별 주문 건수가 백 단위 그리고 입점 플랫폼 수가 3개 이상이 되면 데이터의 양과 복잡도가 더 이상은 수기로 [주문 기록, 발주, 배송, 재고관리]를 하기가 어렵게 된다. 다행히도 생고기 업체의 경우 기존에 약간의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던 분이 엑셀시트의 구조와 자동화를 고도화하여 이 단계를 스무스하게 넘길 수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보면, 프로그래밍 지식과 데이터 관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서비스의 인기와 별개로 더 운영 프로세스가 더 이상 '데이터 적으로'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성장이 강제로 정체된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생고기 업체가 지급 맞닥뜨린 문제는 무엇일까? 아래의 두 개로 요약할 수 있다.

1. 기존의 엑셀시트의 구조가 서비스의 성장 및 다양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2. 과도한 복잡도로 인해 엑셀시트 초기에 만든 사람 이외에는 이를 이해하고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엑셀시트 및 시트의 데이터 구조를 더 간단하게, 하지만 다양한 운영적 데이터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2. 누군가는 해야만 회사가 돌아간다 : 데이터 관리

두 번째로 흥미로운 점은, 당장 돈이 안 돼 보이더라도 싸장님이 생각하는 기깔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꾸준히 데이터를 관리하고 또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왜 '엑셀시트를 고도화해 줘!'라고 했을까? 

위에서 말한 운영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언젠가는 데이터들을 쌓아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엉망진창으로 들어오는 플랫폼들의 데이터를 정제하고, 정리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들의 개별 단계들이 모두 상당한 시간투자와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원본 데이터는 항상 변하고, 서비스의 구조도 변하고, 데이터로 하고자 하는 것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일관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또 사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 모든 변화에 대응해 데이터를 가꾸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데이터를 가꾸어 나아가는' 작업이 규모가 커질 때 각가의 단계를 전문적으로 할 사람들, 즉  데이터 엔지니어와 데이터 분석가 같은 직군들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소규모 업체의 경우 그런 사람들을 고용할 수 없으니 누군가 나서서 모든 단계들의 기초적인 걸들을 이해하고 또 작업할 사람이 필요하고 또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줘야만 한다. (물론,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소규모 회사에 들어갈 것인가는 다른 이야기)



3. 데이터 설계는, 업무 프로세스 설계이다

세 번째로 흥미로운 점은, 운영 데이터 구조와 자동화를 고도화한다는 것은 결국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건든다는 말과 동일하다는 말이다.


내가 엑셀시트 고도화라고 말하고 '운영 데이터 DB 설계 및 ETL 자동화'라고 있어 보이게 말하는 이 일의 근본을 파고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작업들을 하게 된다

1. 현재의 업무 프로세스를(발주, 주문, 재고, 배송 등) 이해

2. 1번에 기반한 데이터 관련 작업 및 데이터 구조를 파악

3. 이상적인 업무 프로세스 설계

4. 3번에 부합하는 데이터 구조 및 작업 설계


위의 단계를 반대로 읊어보면, 내가 만든 데이터 구조가 결국 앞으로 도입해야 할 업무 프로세스를 정의하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엑셀시트 구조 및 시트 내의 데이터 구조를 설계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서비스의 확정성과 그에 따라 변화할 업무 프로세스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돌아가 싸장님이 요청한 '엑셀시트를 어떻게 해줘!'라는 말은 근본적으로 데이터와 맞닿는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해 달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요청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생고기 업체의 업무 프로세스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또 발견한 온라인 판매 소규모 업체에 대한 다양한 재미있는 점들이 있는데 이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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