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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즈 ciriz Dec 31. 2021

연말 회고 안 하던 사람의 2021 연말 회고

2021년의 연말 회고

2021년 연말정산

요즘 많이들 회고하는데, 꼭 회고해야 하나..? 

12월 연말 회고를 앞두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연말이면 바쁜데 이거 딱히 왜 해야 하나? 회고 안 해도 잘만 살 수 있는데... 굳이 시간 들이기도 싫은데, 약속 가기도 바쁜데...' 등등 내 안에 여러 물음이 가득 차서 대충 정리해서 하거나 돌아보지 않고 보낸 해도 많다.


다음 한 해 정도는 작년의 기억이 의외로 잘 난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차례로 시간이 지나고 보면 핸드폰 사진 앱을 켜야 기억이 날까 말까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루하루만 살다 보니 내가 뭘 하고 사는지 어디에 시간과 돈을 쓰고, 뭐가 좋고 싫었는지 점점 희미해진다. 그렇게 하루가 지날수록 나는 회색 인간이 되어갔다. 


이제 더 이상은 그러지 않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연말 회고를 해보려 한다.



1. 올해의 새로운 시작

베이킹 

올해 새로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었던 것이다. 내가 만들수록 새로운 완성품이 등장했고 모양도 예쁘고 맛도 있어!! 베이킹을 하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떠한 명상보다 달콤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인스타그램 > @otiumbakery






2. 올해의 쏘쏘잼 

이모티콘 만들기 

이모티콘을 직접 구매하고 사용할 때는 재밌기만 했는데, 내가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고됐다. 내가 소비하는 게 좋아서 꽤 재밌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재미가 없었다. 난 이모티콘을 연출하는 것은 어려워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3. 올해의 일상 행복

같이 준비한 스키야끼

남편과의 식사

올해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로 이직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남편과 점심, 저녁 식사를 대부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늦은 퇴근시간에 빠르게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정말 너무 힘들면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면서 식사를 후다닥 해치우는 느낌이 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의 마음이 담긴 식사는 어느 때나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소소하게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4. 올해의 슬픔

번아웃 & 첫 임신과 유산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번아웃을 극심하게 겪으면서 마음과 몸이 지쳤었다. 내 마음이 힘들어서 몸에도 이상을 일으키며 멈추지 않고는 안될 상황이라고 느끼게 됐다. 이렇게 나를 내던지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과 슬픈 마음이 컸다. 

그렇게 조금 쉬게 되면서 첫 임신을 하게 됐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찾아온 아이였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 7월의 어느 날 이별을 했다. 산부인과에서 심장소리를 들으며 기뻐하는 부부를 스치며 우리의 슬픔은 까맣게만 느껴졌다. 어안이 벙벙하고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하며 남편과 함께 슬퍼하는 시간을 보냈다.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지치고 어두운 터널을 걷는 듯했다. 그 시간이 쉽진 않았지만 휴식을 취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점점 나아질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한 덕분에 감정을 처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이런 슬픈 항목은 생각도 기록하기 조차 싫지만, 내 안에 짱 박혀서 감정이 헤매지 않고 내가 슬펐고 그럴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정리하는 차원에서 적어본다) 



5. 올해의 콘텐츠

스트릿 우먼 파이터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을 회복해나가던 중 스우파를 만났다. 댄싱 9 때부터 댄스에 대한 내 마음은 한결같았다. 그런데 이건 댄싱 9보다 더 재밌잖아..! 그들의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리더십, 팀워크 등을 보면서 어느 것에 몰두하고 미쳐있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배우고 싶은 멋진 언니들 :) 


소울 

저번에도 브런치에 글을 썼지만, 한참 지쳐있을 때 소울을 보고 나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마음에 와닿았던 영화다. 영화를 본 이후로 매 순간 즐기기로 마음을 꼭 먹었다.



6. 올해의 소비

TV

결혼할 때 부모님이 쓰시던 TV를 가져와서 썼다, TV도 멀쩡하고 사이즈도 괜찮아서였다. 대신 스마트 TV가 아니라서 OTT를 많이 보는 나는 크롬캐스트 없이 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TV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TV를 처음 알아볼 때만 해도 55인치? 65인치?라고 고민했었는데, 막상 리뷰와 전자제품점에서 실물로 보니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77인치를 구매했다. '77인치는 너무 크지 않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80인치 넘는 걸 살걸 했나라는 생각도 든다.(인간은 적응의 동물..)

대부분 집에서 쓰는 시간이 많아지니 TV 뿐 아니라 홈트 머신, 크리스마스트리, 접시 등 예전보다 집에서 쓸 수 있는 것들에 돈을 많이 썼다. 집의 공간을 누릴 시간이 늘어나니까 그만큼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소비도 늘어난 것 같다. 확실히 예전에는 배달 음식에 비용을 많이 썼는데, 그건 정말로 시발 비용이 맞았던 것 같다. 




7. 올해의 공간

한강

함께한 사람들도 날씨도 모든 게 갖춰져 더 좋았던 공간 한강이다. 이제는 집에서 멀어져서 자주는 못(안..?) 가고 있다. 

화창한 5월의 한강과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함께하는 언니들도 좋다.

언니들은 여전히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살 새내기로 여기고, 애기가 이런 걸 다 했다면서 우쮸쮸해준다. 언니들 눈에 난 영원한 20살.(찡긋)










8. 올해의 자연

임실 카페 하루

나는 전주가 본가인데, 집에 갔을 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한옥카페 하루이다. 한참 지쳐있었을 때라 마음 저 끝까지 자연의 공기로 가득 찼던 자연 공간이었다. 기분 탓일까 서울과는 다른 그 무언가가 있다. 




9. 올해의 음식

권숙수 디너 코스

결혼 전부터 혼자 구구데이라고 이름 붙인 9/9일은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더 재밌게 보냈었는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는 시국이라 권숙수 디너를 즐겼다. 먹었다는 표현보다 즐겼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름다운 피스들을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미슐랭 2 스타란 이런 건가? 한식 고유의 맛을 깊고 다채롭게 느꼈던 메뉴들이었다.







10. 올해의 휴식

신라호텔 호캉스

룸에서 남산이 보이는 신라호텔 호캉스!! 겨울의 호캉스인데도 참 좋았다. 남산이 보이는 밤 수영과 패스트리 부티크의 케이크, 그리고 조식 먹을 때도 운 좋게 더파크뷰의 남산 뷰를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시간까지 먹고 즐기며 푹 쉬는 시간이었다.









11. 올해의 뿌듯

개인 정리 / 노션, 브런치북

이것저것 좋아하는 도전하는 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에 항상 지치고 외로웠다. 힘들고 어려웠던 나의 지난 몇 년을 함축해서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노션에 프로젝트들과 나의 일들, 스킬 등을 정리했다. 막상 정리하고 보니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예상외로 마음까지 말끔해졌다. (이것저것 모으고 정리하니 꽤 괜찮아 보이는 마법) 





12. 올해의 재발견

일렉기타

올해 싱어게인1,2와 슈퍼밴드2를 즐겨봤는데, 슈퍼밴드 콘서트에 갔다가 일렉기타에 반해버렸지 뭐야! 대학시절에 클래식 기타는 쳤지만 일렉기타에는 한번도 매력을 못 느껴봤었던 나였다. 그런데 콘서트에서 몸으로 느껴지는 지이잉이좌아아앙…(글로하려다 보니 정말 이상하다) 전율이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덕분에 '일렉기타 어떤 걸 사볼까?' 기웃기웃하고 있다. 

슈퍼밴드2 콘서트



13. 올해의 키워드

Burnout & Recovery

2021년은 열심히 뭔가라도 해보려고 정말 애쓰고 애쓰다 번아웃을 제대로 맞이했다. 그 이후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최소한의 예전 상태로 돌려놓으려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14. 올해의 문장

앞으로의 시대는 생각 없는 근면이 아닌 궁리하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그냥 하지 말라 Don't Just Do It'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방향이 맞다면 속도가 더 당겨지거나 늦춰질지언정,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그러니 방향을 생각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오늘부터 움직이면 됩니다. 지금 시작하면, 여러분에게도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입니다.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익숙하고 뻔할 수 있는 문장이지만 이것만큼 지금의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 없었다. 방황, 후회와 아쉬움, 고민으로 뒤엉킨 내게 새로운 시작에 대한 자극이 되었던 문장이다.



내년의 다짐 : 나 가꾸기

올해의 문장에서 본 것처럼 빠르든 느리든 상관없이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나아갈 길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나만 이상한 것 같아'라고 고민하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면, 지금은 그런 내가 백조 혹은 오리가 아닌 다른 부류일 수 있겠다는 걸 받아들이려고 한다. 가혹하게 나를 푸시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나와 더 친해지고 나의 삶을 더 풍부하게 할 예정이다. 나의 몸, 물건, 공간, 음식,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매일의 기록과 제대로 된 소비를 해보려 한다.


한 사람의 삶을 차지하는 요소들이 정말 많지만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나갈지 등 새해에는 브런치에 더 많이 공유하고 싶다. (이렇게 하면 나와의 약속을 더 지킬 것이라 예상하고 남긴다) 


이 글을 보시고 계신 여러분!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고, 우리 새해에는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 살아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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