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료실에서 유난히 지친 모습의 젊은이들을 자주 본다.
병원 문을 닫는 저녁 무렵 나타나 지친 표정으로 터벅터벅 진료실에 들어온다.
“링거 맞을 수 있나요? 얼마죠?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
힘없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한다.
카페인, 홍삼 등 먹는 것으로도 회복되지 않아 병원에 와서 피로회복제 주사라도 맞으면
조금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혈관에 직접 주입할 수 있는 에너지 부스터를 찾는 것이다.
문진을 해보면 모두들 한결같이 몇 달 몇 주나 휴일도 없이 일을 하거나
시험 준비를 하다가 지쳐서 감기에 걸렸단다.
예전에는 무슨 젊은 사람이 그런 걸 찾느냐고 핀잔을 주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오포 세대, 헬조선, 흙수저, 열정 페이, 인턴사원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진다.
평소에 직장에서 또는 삶의 현장에서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삶의 무게가 어깨가 무거워 피곤하고 지쳐 아프기까지 한 순간에 나를 찾아왔으리라.
주사 처방을 하며 혈관을 타고 그 영양분들이 그 청춘의 온몸에 쭉 퍼지길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어 본다.
힘들어하던 우리 아이들 모습이 오버 랩 되어 내가 위로되는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고 힘내라고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다.
젊었을 때의 기억이 새롭다.
인턴, 레지던트 시절, 여름옷만 몇 벌 챙겨 병원 숙소에 들어오게 되었다.
일명 "일년 당직 (365일 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며 일하는 것. 주로 레지던트 1년 차가 하게 된다.)"을 하며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정신없는 생활을 했었다.
어느 날 프리라운딩 (Pre-rounding, 교수가 회진 돌기 전 레지던트가 미리 회진을 돌며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돌 다 문득 병실의 창 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청춘을 병원에 바치고 나서야 나라에서 내과의사로 일해도 괜찮다는 전문의 자격증을 얻었다.
체지방 8킬로는 덤이었다.
의사가 전문의가 되려면 제일 먼저 겪는 게 인턴(병원 안에서 과를 도는 놈)이라는 제도다.
이를 레지던트(병원 안에서 퇴근 못하고 사는 놈), 펠로우(이제 동료 취급은 해줄게)로
일을 가르쳐 준다는 명분으로 저임금으로 청춘을 착취하는 시간을 늘려먹는 사라져야 할 나쁜 제도가 있다.
이 악습이 전파되어 일반 회사에서도 인턴사원을 3년씩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 사회에서도 인턴을 레지던트 수준으로 기간을 연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사회에는 고생스러운 청년 시절이 지나도 고액 연봉이나 평생직장이 기다리고 있어 참을 만했다.
문명은 발달했지만 QOL (Quality of Life, 삶의 질) 의 격차가 눈에 띄게 커져
청년들은 예전보다 더 힘들고 혼란스러워졌다.
보장되지 않은 행복과 미래에 불안한 청년들.
스트레스를 해독하는 주사제가 있으면 좋을 텐데.
오늘 영양제로 일주일이라도 힘낼 수 있길 바래 본다.
#애경내과 #신도림역 내과 #구로동 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