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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대기식해 만들기

만들수록 생선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


주문진 어민수산시장의 건어물전 젊은 사장님과 이제 제법 친해졌다. 

나는 별로 돈 안되는 생선들만 한 꾸러미씩 사가는 사람. 어찌 말을 트다보니 식해 만드는 이야기가 나왔고, 주문진이 고향일 것으로 짐작되는 젊은 여사장님은 횟대 식해 이야기를 하시네. 그렇담 이것도 도전, 이라서 이날은 가자미 말고 횟대도 한 꾸러미 사왔다.


여름철 동해바다에서 손꼽게 맛있는 횟대, 혹은 횟대기지만 서울에선 본 적도 없다. 살려서 유통할만큼의 가치가 없는 저가의 잡어라서 그럴 것이다. 서울사람들이 이 맛을 알면 또 생선가격 오르고 나아가 씨가 마를지도 모르지만...

 

횟대가 잡어인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수율.



이 친구는 머리가 상당히 큰 편이고 가슴지느러미깨부터 급격히 얇아져서, 머리 떼어내고 나면 먹을 게 좀 적은 편이다. 근데 머리를 떼어내는 것도, 다른 생선에 비해서 가슴쪽 살을 뭉텅 떼어내야 한다. 왜냐하면 가슴께에 이것이 아가미 일부인지 뼈인지  혹은 지느러미인지, 톱날 모양의 난소화성 성분이 떡 자리를 잡은 것.



회는 물론이고 구이로도 이런 부분은 '이빨이 안 들어가'니까 먹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횟대가 값이 싼데도 고등어나 임연수 같은 생선에 비해 가격대기 양이 안 차는 생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맛은 좋고도 남지.



이 아가미 근처 머리 떼고나면 가위로 등과 배, 꼬리지느러미 잘라내고 몸통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금에 절인다.



그 후엔 누룩을 잘 발리도록 섞어서 조밥 짓고, 무우채, 마늘, 생강청, 고추가루 등등 넣어 잘 버무린다. 그리곤 알아서 발효하라고 놔두면 끝. 요즘 날씨면 사흘도 안 걸리겠다.

 


하면 할수록 식해란 것은 생선요리라기 보다는 곡물 발효라는 생각이 든다. 강릉지방의 김치가 젓갈을 쓰기는 하되 많이는 안 쓴다. 그래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김치가 많다. 반면 이 식해는 생선이 더 많이 들어가서 곰삭으면 감칠맛이 상당한 것이 차이.


식해로 가장 많이 쓰는 생선은 가자미다. 특히 물가자미로 많이 하는 것은 그 생선이 흔하고 헐해서이고, 들어보면 참가자미도 쓰고 횟대도 쓰고 양미리도 쓰고 또 못할 생선은 없는 분위기랄까. 그말은 또 더 나아가서 생선이 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제법 고급 어종인 대구로도 해봤는데, 결과가 만족스럽긴 했지만 그게 대구라서 그랬던 것도 아닌 것 같고. 이제 몊 번을 해보다보니 나름 '내 스타일'이 생겼는데 내 스타일은 동치미 담그듯이 국물도 많고 탄산 쭉 올라오는 신 국물이 특징이다. 강릉분들 오시면 꼭 잔소리 한두 마디 곁들이시는데 결국 리필은 청하고 가신다 ㅋㅋㅋ


여담 같지만 여담 아닌 이야기. 앞에 제거해야한다던 횟대기 가슴 부분을 부러 넣어서 삭혀보았다. 이주 쯤 지나면 다 씹어먹어도 좋을 만큼 삭는다. 이건 대구의 등뼈도 비슷한 경우고, 씹기 거북하면 그 때 뱉어내도 상관 없으니 적어도 식해를 담글 때만은 횟대도 수율이 마냥 떨어지는 생선은 아니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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