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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열두 번째, 토종벼 품종연구회와 귀도 돌솥밥

여러분들이 이 맛있는 밥쌀을 지으신 농부님들입니다


토종벼 품종연구회는 우보 이근이 농부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이다. 이 분들께 탁월한 밥맛을 보여드리는 것이 오늘의 포인트. 물론 제법 힘주어서 복어 한마리 코스를 짰지만, 오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밥맛이다.


사진은 복어곤이 그라탕이나 복어회 같은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보자. 


토종쌀은 비싸다. 그렇다면 일반 쌀에 비해서 장점이 있어야 상품가치가 있겠다. 음, 우리의 것, 사라져가던 것을 돌려세워 복원한 것도 물론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그걸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 아니, 그 이상의 가치가 많은데 이제까진 그저 '우리 것은 소중하니까' 정도의 마케팅에 머물러 있었달까.


토종쌀은 친환경적이다. 수요도, 자연의 지속력도 무시하고 그저 화학성분을 투입해서 많은 양을 뽑아내는 농법이 통하지 않는다. 적절한 수확량으로 시장조절도 하고 낭비되는 세금도 절약할 수 있다.


그런 가치보다도 내가 개인적으로 꼽는 것은  밥맛의 우월성이다. 단, 이 밥맛은 쌀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특성을 끌어내는 밥짓기를 할 때만 나온다. 이제껏 우리나라에 그렇게 밥을 짓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게 이 나라가, 문명이 어딘가 잘못 되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한 귀도다. 일단 토종쌀 처음 드셔보시는 분들께는 이 귀도를 먼저 추천한다. 찰기가 좋고 윤기가 흐르는 귀도를 돌솥에다가 약간 적은 물을 잡고 지으면 그 특성이 극대화 된다. 의도한대로 잘 나온 밥이다. 이 밥을 토종쌀 농사 짓는 분들께 내어드렸다. 토종쌀밥이야 매일 드시는 분들이다. 그 분들의 반응은?


아래 링크를 읽어보시면 나온다. 맥주 만드는 농부, 현재 맥주 양조장도 운영하시는 장동희님의 평이다.


https://m.blog.naver.com/pangtoc/223371989173



오신 김에 로컬 막걸리 콸콸 소개하고. 최근에 리뉴얼해서 나온 진정브루잉의 스파클링 막걸리로 가볍고 시원해서 더운 날이면 정말 콸콸 모드로 마실 수 있는 술.



귀도밥을 드셨으니 귀도 술도 드셔야지. 아쉽게도 삼척의 행사장까지 다녀오신 뒤라서인지 생각보다 술들을 많이 못 드시던 것. 원래 농부라는 직업이 새벽에 일어나서 아홉시 뉴스 보다가 잠드는 일이긴 하다.



복어 요리를 준비한 것은 겨울이 제철인 이유도 있지만 담백한 그 맛이 밥맛에 집중할 것을 도와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복국도 추운 날에 든든하게 조금 묵직한 듯 해도 은근하고 부드럽게 맛을 냈다.



이 디저트, '흑진주의 탄생'도 평이 좋았다. 맥주 만드는 농부님은 맥주에 이 귤 그냥 갈아 넣어도 되겠다며 좋아하셨는데, 다음주에 양조장 방문하기로 했으니까 어디 의논해 봐야지.



대체로 밥이 이렇게 맛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는 분위기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쌀의 상품성이라는 것은 농부부터 가공, 유통하는 분들과 요리사, 밥을 드시는 분들 모두가 몫이 있다. 잘 지었다곤 하지만 아직 이 밥은 90점 정도다. 나머지 10점은 개인의 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다. 스스로 농사 지은 쌀이 이렇게 맛있는 밥이 되어 나온다는 것을 아셨으니 또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발전해서 100점이 아니라 120점의 밥이라도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의 자리는 농부님들께 더 자신감도 드리고,  더 발전할 부분도 고민하고, 또 새로운 협업의 가능성도 찾았다는 면에서 무척 즐거운 자리였다.


2024년 3월 2일 토요일, 심야식당 얼터렉티브살롱에서 토종벼 품종연구회 농부들이 밥맛을 깨달았다. 기억해둘만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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