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쉼표를 찍어본다

갭이어(gap year)

by 삶은 별

퇴사를 결정하고 나면뭔가 엄청나게 후련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생길 예정이라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이유를 채우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잘되거라는 답을 듣고 싶었다. 인생에 빈공간이 남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도 더 많아지고 고민도 훨씬 복잡해졌다. 사실 남편과 나는 아일랜드를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퇴사를 꼭 해야 하는 이유도 목적도 없었다.

10년의 회사 생활
그냥 남들처럼 쉬어보고 싶었다.
둘이서 딱 1년만 떠나 보고 싶었다.


이유가 너무 단순했던 탓일까..

퇴사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했고, 그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현실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는 순간 겪게 되는 수많은 생각들이 하루하루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채

계속 맴맴 돌아 괴로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퇴사를 하고 아일랜드에 가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렇게 가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일랜드에서 돌아오면 우리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돌아오면 마흔인데 재취업이 될까?
안되면 어떡하지?


수없이 던져지는 고민과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겁이 나자꾸 아일랜드에 가야 할 목적과 이유를 찾고 싶어 졌다. 합당한 이유라도 있어야 마음이라도 편할 것만 같았다.

마음은 정말 쉬곳 싶다였지만, 자꾸 그래서 어쩔건데..그게 다야? 그러기에는 너의 인생 괜찮아? 자꾸 스스로에게 응원을 해주는게 아니라 반문을 하고 합당한 이유를 찾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우연히 세바시라는 채널에서 안시준 대표에 강연에서 갭이어라는 말은 듣게 되었다.첨엔 캡이라는 건가? 차이 나게 들린다는 건가 갭이어가 뭔 소리야?


갭이어 (gap year)란?
나를 알아가는 시간! 인생의 쉼표를 갖는 시간을 의미한다


인생의 쉼표를 갖는 시간 그리고 그 쉼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아보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니

쉼이 필요했던 나에게 툭 던져진 그 한마디가 퍽이나 와 닿았다. 듣고싶었던 말을 듣는 순간 느껴지는 그 감동이란..생전 보지도 못하고 만나본적도 없는 랜선에서 만난 누군가가 해준 그 한마디에 나는 눈물이 찔금 날정도로 위로를 받았다.내가 듣고 싶었던 한마디..이거였구나!

우리는 그저 인생의 쉼이 필요했을 뿐인데 현실이라는 시간 때문에 자꾸 아니라고 부정만 하고 있었다.

갭이어! 인생의 쉼표를 갖는 시간! 그거였다.우리의 결정이 크게 틀린 게 아님을 내 인생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며 용기 내어봐도 된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이제 고민하지 말라고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았다.


이미 유럽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1년 동안 갭이어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그 시간은 나를 위해 쓸수 있는 시간으로 앞으로 살아갈 내 인생을 스스로 맞춰볼 시간을 갖으면서 더큰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청소년들에게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갭이어는 결코 20대의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몇살이든지 꼭 필요한 시간일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제라도 필요한 시간이기에, 남편과 나는 조금 늦었지만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갭이어의 시간을 이제서야 가져보려 한다. 반갑다 갭이어!

결정하기가 어려웠지 결정 후엔 열심히 그리고 멋있게 나아가면 된다


나를 올 곳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니, 해보고 싶은 것을 맘껏 해볼 수가 있다니

이제 우리는 당당하게 퇴사를 결정하고 갭이어를 가져 볼까 한다. 이 선택이 앞으로 나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이 선택으로 내 삶이 행복해져 볼 수 있고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대되고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글만 써보고 싶고,또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영어공부에 매달려 보고 싶고그리고 한 달쯤은 유럽 여행을 맘껏 해보고 싶어졌다. 당장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내 삶 안에 있는 나 자신은 행복해져 있을 것을 알기에


저는 퇴사하고

곧 아일랜드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