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홉글자가 우리의 인생을 바꿨다.
어느 날 남편이 툭 던졌던 그 한마디.
나 퇴사가 하고 싶어
나는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편이 얼마나 오래 생각하고 뱉어낸 말이라는 걸 알기에 그 단어 하나하나가 아직도 내 머릿속엔 그날의 남편의 말투 표정 떨리던 목소리마저도 또박또박 남아있다. 그 말 한마디가 우리 부부의 삶을 이토록 단번에 바꿔버릴지는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이 버라이어티 해질 예정이지만 말이다.
우리 부부에게 퇴사란..
이직을 염두에 둔 쉬는 시간을 갖고 싶다 정도였다. 둘 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 마흔을 앞둔 나이에 아이가 없는 자유로운 몸이었기에 쉼이라는 소중한 시간은 꼭 한 번 가져보고 싶은 로망이었다. 쉼을 가져보며 여행을 가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사실 처음엔 이직 전 2-3주라도 시간이 된다면 유럽여행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도의 상상이었었다. 그러나 상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나는 진짜 유렵 여행을 2-3주를 가게 된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마음속엔 이미 떠나야 할 사람이 된마냥 그 순간은 설레고 기분이 좋아 미칠 것만 같았다.
실타래처럼 계속 퍼져 나온 나의 마음속 생각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찌나 행복했던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정말 해외에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얼마 정도면 해외에 살 수 있는 거지?
이미 나의 마음은 해외에 살고 있는 듯 설레었으며, 얼마가 필요한지 보다 잊고 있었던 나의 기억을 찾은 듯 하염없이 '가자 가면 되지'를 외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밤새 행복에 겨워 인터넷 서칭을 하던 그 기억들은 잊은 채 아침이 오니 다시금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그저 그런 일상으로 돌아와 져 있었다.
어느 날 퇴근한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근데 우리 퇴사하고 떠나도 괜찮은 걸까? '
남편은 '그러게...'라는 아주 모호한 말을 남겼다. 나는 사실 그때 남편이 '어 괜찮아 가자'라고 바로 말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힘들지 퇴사하는 게 떠나는 게 쉬운 건 아닌지' 라며 현실의 벽 앞에 주춤해 버리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아마 우리가 퇴사하고 해외를 갔다 와도 지금 하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아 근데 나는 안 가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고, 갔다 와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면 나는 그냥 갔다 오는 게 날 것 같아 그래도 추억은 생기잖아 우리 평생 담아갈 수 있는 이야기보따리 그거 풀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
남편과 둘이 평생 살면서 풀어내고 살 어마어마한 인생 이야기 봇짐을 가지러 그곳으로 가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