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이는 여행 그안에 사랑이
요즘같이 덥고 뜨거운 날이 매일인 날엔 나는 가끔 뜨거웠지만 시원했고 땀이 온몸을 적셨지만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테네리페가 생각난다. 이름마저 생소했던 테네리페!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같이 스페인 남부에 툭 떨어져 있는 작은 섬! 그러나 스페인 사람들이 사랑하는 인기 휴양지라는 곳! 여전히 낯선 곳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티브이 프로그램인 윤 식당 덕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곳이 되어 버린 곳이기는 하다. 그때 티브이를 보면서 우와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면서 참 신기해했었는데 내가 그런 곳을 직접 가보게 될 줄이야!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한다.
테네리페를 갔던 건 남편과 내가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아일랜드 어느 어학원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던 어느 날, 쉬는 시간 스페인에서 살고 있다는 파브리오와 같이 앉게 되고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묻다 보니 파브리오는 ‘테네리페’에 어느 호텔에서 축구와 수영을 가르치는 스포츠 강사라고 했다. 최근 외국인들 방문이 늘면서 영어를 사용할 일이 많아져서 영어를 배우려고 한 달 동안 왔다고 했다.
‘나 테네리페 알아! 거기 너무 예쁜 도시잖아’
‘와! 네가 테네리페를 어떻게 알아? 테네리페는 스페인 사람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이 테네리페를 알고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럽 사람이 통영에 연화도를 안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그 덕에 우리는 수업이 끝난 뒤에도 테네리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테네리페의 예쁜 해변 모습 그리고 축구를 좋아하는 파브리오 덕에 손흥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축구 이야기까지 어설픈 영어를 쓰면서도 어쩜 그렇게 서로 찰떡같이 알아듣는지 한국사람과 수다를 떨듯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재잘재잘 수다를 이어갔었다.
‘나 3주 후면 수업 끝나거든 나 테네리페에서 일 시작할 예정인데 너희들 시간 되면 테네리페 놀러 올래?’
‘진짜? 우리야 너무 좋지! 좋아 갈게’
정말 우리는 즉석에서 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윤 식당에 나온 테네리페를 기억하며 스페인 친구가 그곳에 있다는 믿음(?) 하나로 그렇게 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땐 직장인도 아니고 그저 학원을 다니는 학생 신분이다 보니 그저 바로바로 정해지는 여행계획에도 신났고 유럽의 저가항공들의 파격적인 항공권 가격에 15만 원 남짓 비용으로 테네리페 티겟을 예약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행복이자 혜택 아니었을까 한다.
학원에서 신나게 여행 계획에 들떠있는 우리에게 한 여자아이가 다가왔었다.
"혹시 테네리페 언제 가는 거야? 진짜 파브리오 만나러 가는 거야? "
"어! 파브리오가 테네리페 와서 같이 놀자고 해서 가보려고! 왜? "
"혹시 너희만 괜찮다면 나도 테네리페 가면 안 될까? 같이 여행 갈 수 있을까? "
"그래~ 우리야 같이 가면 더 좋지! 함께 가자! "
뜬금없긴 했지만 용기 내어 우리 게 말을 걸어 온건 일본인 친구 미호였다. 미호는 용기를 내어 우리에게 자기는 파브리오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말은 못 하고 혼자 좋아하고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가 놀러 오라는 것도 좋았는데 일본인 친구가 같이 여행을 가자니 외국인 친구와의 여행이 이렇게 풍성해 지다니 거절할 이유 전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진짜 고백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낸 그녀의 모습이 나는 좋았다. 짝사랑에서 끝나지 않고 용기를 내어 같이 여행 가서 파브리오와 잘해보고 싶다던 당찬 일본인 여자아이가 부럽기도 했고 꼭 이들을 잘되게 해 줘야겠다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셋은 그렇게 테네리페로 4박 5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크지 않은 도시 테네리페에서 우리는 차를 렌트에서 맘껏 다니기도 했고, 파브리오가 안내하는 누드비치(?)에서 맘껏 수영도 하고 카드놀이도 하며 현지인처럼 즐겨 보기도 했으며 비록 윤식당은 폐업해서 간판도 없어지고 추억은 없었지만 테네리페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미호의 연애 상담도 자쳐하며 해변에 앉아 둘이서 인생과 사랑이야기를 나누며 나름의 찐한 우정을 나눴던 그 시간 시간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는 어디 8살 차이 나는 사람과 친구를 먹겠는가 그런데 아일랜드에서는 테네리페에서는 가능하다. 8살 어린 친구와 맥주 한 캔 씩 마시며 떠든 이야기들은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듯 달콤했고 맛있었다.
테네리페가 여전히 기억나는 건 윤식당으로 알게 된 티브이에서 보던 그곳을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있었지만 해외여행을 외국인 친구들과 그것도 현지에 살고 있는 현지인과 함께 즐길 수 있었다는 거 그리고 그 현지인이 친구라는 사실이 젤 좋지 않았을까?
무거운 캐리어가 아닌 배낭 하나씩 메고 유럽여행을 떠난다는 설렘과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를 만나기 위해 용기 내어 떠났다는 거 그리고 그녀는 사랑을 쟁취했다. 아마 그녀에게 테네리페는 나와 남편이 느낀 테네리페와는 또 다른 추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오작교 역할을 해준덕에 미호와 파브리오는 결혼을 했고 현재 스페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작년에 둘이 결혼을 할 때 우리에게 제일 먼저 연락해 소식을 알리면서도 우리가 아니었으면 본인들은 만날 수 없었을 거라며 고마움을 전하는 둘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그들 덕에 외국인 친구를 통해 추억을 쌓았고 지금까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