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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h들 Apr 26. 2024

그림 10년 넘게 그리던 분도 배우러 오는 이유

그림에 질리지 않고 오래 즐기며 그리려면

신기하게도 내 수강생 분들 중에는 소묘, 인물화, 세밀화, 유화 등을 하다가 나에게 온 분이 많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넘게 그리다가 어느순간부터인지 그림이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드로잉과 스케치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이야기 등등.


그림을 처음 배울 때 소묘와 데생, 인물화부터 했던 분들이 나에게 오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자기 그림은 계속 틀린 것 같다고.. 조금만 삐뚤어져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게다가 하나 시작하면 기본이 몇 달은 잡아야하니 어느순간부터인지 그림 하나 시작하는게 두려워졌다고 말이다.


평생 취미로서, 또는 정말 그림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 입문했다면 나는 긴 시간 걸리는 그림과 디테일은 천천히 시작하라고 한다. 시간이 오래걸려 질리기도 하지만 완성해야한다는 강박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입문자에게 디테일 그리기는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보다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 중 하나다.


반면에 짧은 시간의 그림(크로키, 어반스케치 등)을 그리다보면 나의 부족한 점 뿐만 아니라 나아진 점이 한눈에 보인다. 그래서 자기피드백도 빨라지고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재료를 경험하고 내 이야기를 담는데에는 크로키와 어반스케치만큼 좋은 게 없다. 필요한 표현기법이 있다면 그 부분만 따로 배우면 된다. 유튜브나 책이 요즘 너무 잘 나왔거든. (물론 나처럼 온갖 재료로 다 그리는 선생이 주변에 있다면 더 좋고ㅋ)


수강생 분 중 한 분은 펜화를 10년 넘게 하고 정기전도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펜 종류, 활용법을 몇가지 알려드리니 자기가 지금껏 모르는 게 있었다는데에서 놀라시더라. 연필화를 오래 했다는 분도 마찬가지. 연필의 종류, 브랜드, 흑연 등등 활용법을 하나하나 보여드리는데 자기는 이런 거 처음 봤다고..


예전에 자기가 미술 전공자임을 말하지 않고 나에게 드로잉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러 왔던 분들이 몇 있었다. 다양한 재료를 펼쳐놓고 하나하나 설명 드렸지. 끝나고 가면서 나에게 남기는 말이 하나같이 똑같아서 참 신기하기도하고 웃기기도 했는데 사실 자기는 전공을 했는데 입시때부터 지금까지 이런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예술에는 정해진게 없다는 말은 이런데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아무거나 다 예술이란 뜻이 아니라. 누가 어반스케치는 피그먼트펜에 수채화로 그리라고 정했나? 누가 취미미술은 데생부터 하라고 했나? 누가 그림 수업에서 다 똑같은 기법만 해보라고 했나? 무엇보다도 전공자라고 다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비전공자라고 기술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공방도 운영하고 수업도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그림을 봐오며 내린 결론. 좋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리고 발전 속도가 빠른 사람은 전공 비전공과 상관 없이 그 사람의 마인드부터 좋았다. 소통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에 관심이 있고 자기 철학을 만드는 사람. 계속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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