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찔한 입덧의 추억
임신을 알게 된 것 자체가 입덧 때문이었다. 세부로 여름휴가를 갔을 때 시작 된 입덧증세. 돌아와서 임신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놀라서 기쁘고 뭐고 할 것 없이 지옥의 입덧의 세계로 바로 진입했다.
입덧의 증상은 제각기 달라 입덧이 없는 사람, 먹덧으로 오는 사람, 나처럼 아무것도 못 먹고 하루종일 배멀미하는 듯한 느낌에 시달려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참아보려고 노력하기, 입덧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 먹기 등 시도를 해 보았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냉장고 열었을 때 냄새만 맡아도 참을 수가 없어 모든 반찬을 다 처분했고, 향수나 디퓨저 냄새도 역해 둘 수 없었다. 특히 음식 냄새만 맡으면 증세가 심각해져서 남편은 집에서 밥을 한 동안 먹을 수 없었다. 물만 마셔도 속이 안 좋고 화장실 직행이니, 이러다 죽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다.
오, 그런데 세상에! 입덧약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나는 디클렉틴이라는 약을 처방받았던 것 같은데, 문제는 비급여라 한 알에 천원이 넘을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입덧 증세가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효과는 좋았고 약을 먹고 나서는 속이 한결 편해져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 먹으면 다시 증세 시작이라 입덧이 끝날 때까지는 한동안 약이 떨어지지 않게 시간을 잘 지켜서 먹어야 했다. 현재 임산부 지원 정책으로 입덧약 급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기도 하니 이런건 꼭 추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신 관련된 드라마 같은걸 보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 남편이 늦은 밤에도 사다나르는, 그런 장면들을 많이 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딱히 먹고 싶은 것은 많지 않았으나, 어느 날은 갑자기 돈가스 가게에서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가 너무 먹고 싶었다. 밤 11시에 마트로 뛰어가서 양배추 한 통을 사 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어찌나 맛있었던지 한 동안 집에서 양배추샐러드를 아주 많이 먹었다. 또 시원한 음식을 먹을 때 속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아 냉면이나 메밀소바를 자주 먹었었는데, 여름에 메밀소바를 먹을 때면 그 때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