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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May 15. 2022

은혜로운 텃밭생활

사랑의 텃밭으로 오세요

밭에 갈때마다, 내가 어려운일이 생길때마다 내 인생이 참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슬픈밭에서 꾸역꾸역 바보같이 돌을 고르고 있으면 옆밭의 언니는 “으이구… 야! 이래서 내년에나 농사짓겠냐!”하면서 갈퀴쓰는 방법, 돌고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뿐인가 깍두기 농사꾼으로 어리버리한 나를 데리고 농사를 데리고 다닌 을밀님도, 시시때때로 넉넉하게 씨앗 모종을 내고 나눠주는 윤임언니도, 힘쓰는일 곤란한일이 있을때마다 홍반장처럼 짠 나타나 해결해주는 백작가도 내 농사라이프의 귀인들이다. 

이렇게 도움을 받으면서 꾸역꾸역 텃밭농부가 되가고 있다. 매해 할때마다 힘들어도 매해 안하고는 못베기는 텃밭 중독자. 어제는 동네에 사는 장배우 부부를 우연히 만나 와인을 한잔 했다. 내가 “오빠, 나 올해는 진짜 개고생중이야. 텃밭 너무 힘들어.”했더니 혁진오빠는 “야! 너 작년에도 똑같이 말했어 임마!”라고 큰눈을 더 똥그랗게 뜨고 말하며 피자와 파스타, 와인을 사줬다. 아, 그랬지 나 작년에도 많이 힘들었지!! 작년의 힘듦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채로 더 크고 더 손 많이 가는 밭에 도전하고 있었구나!

흙덩이 가득했던 슬픈밭은 땅 주인아저씨-라 부르지만 나와 동갑이다- 가 두번이나 더 로터리를 쳐주셔서 그나마 돌만 골라내면 되는 밭이 되었다. 농사를 못짓지는 않을 땅이지만 삼년쯤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땅, 땅 주인아저씨에게 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땅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여러번 말하고 퇴비를 듬뿍 부어가며 모종을 심는다. 내가 모종을 심을때도, 지주대를 박을때도, 돌을 고를때도 옆밭언니는 한숨을 쉰다. 언니가 보기에 소꿉장난하는것처럼 보이나보다. 나는 밭에 가면 마냥 기분이 좋아서 어리버리하고 있는것도 신이난다. 입구에는 오디나무가 있고 뒤로는 커다란 도토리나무가 바로 보이는 밭,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부벼지며 나는 사각사각 소리와  바람을 타고온 아까시꽃 향기에 행복해져서 하늘을 쳐다보며 웃게된다.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멜빵바지에 챙이 커다란 모자를 쓰고서는 낑낑대며 물주전자를 나르고 물을 주면서 식물에게 말을 걸고 하는 시간이 힘들고 복되다.복되다고 하니 굉장히 종교인의 어투같은 느낌이 들지만, 밭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 내가 참 복 많은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사랑을 나누어주고 사랑을 받는일이 쉽지 않은데, 나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노루뫼에 모종을 심으러 가겠다고 하니, 모종 심을때 물 많이 넉넉하게 준 후에 심으라는 을밀님의 고마운 문자, “오이 지주대 설치? 너 그거 못하니까 언니가 해주께! 일요일에 하자!”해주는 옆밭언니의 씩씩한 사랑, 밭에서 또 SOS칠거같다며 구호물품 미리 미리 말하라는 나보다 나를 더 잘아는 백작가의 세심함까지 나는 사랑속에 풍덩 빠져 농사를 짓는다.

밭 일이 힘들면 좀 어떠냐, 손이 좀 아프면 어떠냐.

오늘도 짐을 싸들고 밭으로 출발이다!


완두는 비들비들하지만 토마토는 짱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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