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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Jul 22. 2022

네가 제일 똑똑해

제가 한 똑똑 하기는 하는데요. 근데 이건 좀 아니지않나...


살면서 똑똑하다는 말을 처음 들어본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 순간 웃음이 나왔을까.

선생님은 수강생들 중에 내가 제일 똑똑하다고 하셨다.




올 봄 본격적인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멈추었던 것들이 다시 재개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하나가 단지 내 커뮤니티 강좌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직장을 다니느라 이용을 못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하나둘씩 개장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중 가장 먼저 열린 강좌는 바로 줌바댄스.



줌바의 ㅈ도 모르고 댄스의 ㄷ도 모르지만 일단 나는 요새 좀 무료했고 마침 동네 아는 아줌마들이 하나둘씩 신청해본다고 하길래 아 그럼 나도 해볼까? 하면서 얼떨결에 신청해버렸다. 단지내 커뮤니티센터라는 지리적 이점과 저렴한 수강료까지 겹친 핫한 강좌라니 이미 마감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신의 장난인건지 느즈막히 소식을 들은 내가 신청하러 갔을때까지 빈 자리가 있었다.



신청은 어찌어찌 했는데 막상 수업 시작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아 역시 괜히 했나 싶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약간 에어로빅 같기도 하고 재즈댄스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치만 뭐 내가 언제 몸으로 하는 걸 잘 해봤다구, 그냥 기대없이 한번 해보자 했다.



생전 처음 접한 줌바댄스는 예상했듯이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뭐 위축되거나 하진 않았다. 애초에 기대가 없었기 때문 같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스텝 밟고 뛰고 흔드는 줌바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 열기를 온 몸으로 뿜어내며 다들 스스로 오늘 얼마나 웃기는 동작을 취했는지를 뽐내었다. 혼자 반대편으로 가서 옆사람과 부딪쳤다는 둥, 위아래가 따로 논다는 둥, 왕초보들 사이에서 그래도 누구는 선이 예쁘다는 둥. 잘 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안되서 하는 마음에 없는 투정 같은 것들 같았다. 나는 그런 것들도 다 형편이 좋아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남들 잘하는 거 신경쓰기는 커녕 내 동작 살펴볼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거울이 안보일 정도로 뒤에 서서 그런 것도 있었다. 갑자기 없던 스케줄은 또 왜이렇게 많이 잡히는지, 빠지기도 많이 빠져서 그냥 어쩌다 한번씩 나와서 그림자처럼 뒤에 서있다가 가는 그런 유령회원 같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유독 출석한 회원님들 수가 적은 날이었다. 사람이 적으니 어쩔 수 없이 다같이 거울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그 날 선생님의 눈에 그동안은 그림자처럼 안 보이던 내가 들어왔나보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 때쯤 다같이 모여 화이팅을 하면서 그러셨다.



회원님이 여기에서 제일 똑똑해



위에서도 계속 말했지만 나는 엄청 몸치처럼 뚝딱거린다. 위아래 다 맞춰서 하면 고장난 장난감처럼 돼버려서 차렷자세로 다리만 따라하기도 하고, 혼자 말도 안되는 박자에 박수를 치기도 하고, 진짜 뭐가 뭔지 모를때는 혼자서 30도 위 허공을 쳐다보며 가만히 서 있기도 하고 뭐 그렇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내가 여기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된건지.



앞으로는   빠지고  나오고 열심히 해라 라는 차원에서 칭찬을 하고 싶긴 한데 선생님이 보기에도 잘한다고   없고 그렇다고 의욕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니까 똑똑하다는 표현을 쓴거였을까? 마치 정말 어떻게 봐도 너무 안 예쁘고 안 귀여운 아가에게 고놈 튼튼하게 생겼네 라는 칭찬을 건네듯 말이다. 하여간  인생에서  흥미로운 미스테리로 남을 일이다.



-이상 줌바댄스 뇌섹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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