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작인 Jul 23. 2022

doing 보다 being

능동적 삶을 향한 첫 단추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숙제를 받아왔다. 주말 동안 그림일기 한 편 적어오는 것.



 그림일기 때문에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 주말에 특별한 일이 많았다. 토요일 오후에는 태권도 학원에서 에어바운스 행사가 있어서 신나게 놀다 왔고, 그 후엔 동네 친구가 오랜만에 집으로 초대를 해서 또 원 없이 놀다 왔다. 일요일엔 가족들과 동네 물놀이장에 다녀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일요일 저녁. 그림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뭐에 대해서 쓰고 싶어? 에어바운스 다녀온 거? 친구네 집 놀러 간 거? 물놀이 다녀온 거?


아니 나 로켓 발사한 거 쓸건대






뭔 말인고 하니, 토요일 아침에 1시간 정도 그 전날 학교에서 만들어온 로켓을 집 앞에 나가서 쏘고 놀았었다. 10m 밖에서 우다다다 달려와 점프해서 버튼 장치를 누르면 하늘로 솟구치는 그런 로켓이었다. 90도 각도로도 쏘아 올리고 45도 각도로도 쏘아 올리고 그냥 대지와 수평하게도 쏘아보고 지나가던 동네 동생들도 한 번씩 하게 해주고 했던 바로 그 로켓. 생각해보니 금요일 밤 잠들기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로켓 쏘러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아 너는 이게 하고 싶었구나. 네가 직접 만들어온 로켓을 쏘아보고 싶었구나. 어떻게 해야 잘 날아가는지 알고 싶고 또 그걸 엄마랑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보고 싶었구나.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의 것을 소비할 때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생산할 때 희열을 느낀다. 다만 남의 것을 소비하는 게 직접 생산하는 게 쉬우니까 그 길을 택할 뿐. 창작의 고통은 그 무게와 상관없이 항상 스스로를 괴롭게 하지만 그만큼 또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기쁨도 크다.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냐 물으면 능동적인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었다. 누가 시켜서 뭘 하기보단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 나는 비록 제도권에서 원하는 상을 내 목표로 삼고 그 길을 향해 달려왔지만 이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나만 가만히 있으면 애는 알아서 그 길을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상상하고 해 보고 만들어보고 실패하고 또다시 해보고 그럴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무언가를 doing 게 하기보단 그냥 being 하게 두는 것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