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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Jul 25. 2022

초등학생의 공강 시간은 누가 책임지는가

학부모여 변화구를 받아라!!!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면 (기왕 아무 글이나 쓰기로 한 마당에) 오늘은 초등학교 운영의 허술함에 대해 성토해보려고 한다. 물론 전적으로 학부모 시점.




지난 금요일,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가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여름방학식이 있었다. 방학식이라 급식 없이 일찍 끝난다고 안내받을 때만 해도 아 생애 첫 방학을 기념해서 뭐 맛있는걸 해먹일까 설레는 고민으로 머릿속이 꽃밭이었다.




그런데 수요일 오후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엄마들이 지나가던 나를 불렀다.




OO이는 방학식날 점심 어떻게 할 거예요? 방과 후 수업까지 50분밖에 없어서 집에 와서 먹이기 힘들 것 같은데


방학식날 방과 후 수업을 한다고요? 급식도 없는데 방과 후를 한다고요?




그렇단다. 생각해보니 방학식날 방과 후 수업을 안 한다고 한 적은 없었다. 아니 그럼 밥이라도 주든가 도대체 방학식날 밥은 왜 안주나…




이 상황에 대해 먼저 인지한 한 학부모가 학교에 문의 전화를 했단다. 그랬더니 학교 측에서는 방과 후 수업 코디네이터에게 문의를 하라고 했다. 방과 후 수업 담당 선생님도 아니고 코디네이터라니… 교사도 아니고 행정직원도 아닌, 아마도 학부모 위원일 것으로 추정되는 그 ‘방과 후 코디’께서는 이렇게 답을 하셨다고 한다.


어머님이 방과 후 선생님께 전화해서 그날은 좀 일찍 오셔가지고 애들 좀 봐달라고 하세요. 여자 선생님들은 대부분 일찍 와주세요.




아니 학교에서 밥 먹고 끝나는 스케줄 맞춰서 학교에서 짠 방과 후 시간표에 학교에서 밥을 안 줘갖고 일어난 문제를 그걸 개별적으로 학부모가 방과 후 수업 강사에게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할 일인가. 더군다나 여자 선생님은 일찍 와준다니 그럼 남자 선생님인 반은 어쩔 거고 못 오는 여선생님은 또 어쩔 것인가. 그리고 또 애들 밥은 안 먹고요?






이 정도 사건에 이렇게 열을 낼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초등학교에 한 학기 아이를 보내보니 학교 운영에 정말 구멍이 많다는 사실을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다.




일단 입학 전부터 입학식 장소에 대한 안내가 잘못 나온 것은 물론, 일주일 전까지도 입학식에 대한 내용이 확정되지가 않아 아이와 동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스케줄 조정이 필요했던 학부모는 마지막까지 학교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입학 준비를 위한 안내 전화도 잘못된 내용을 전달해 학부모가 굳이 학교에 헛걸음을 하게 한 사건도 있었고. 새 학기 첫 주 가정통신문에는 하교시간에 오타가 있어서 물의를 빚었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학부모 상담도 요일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상담 5분 전에 허둥지둥 상담에 임하게 되기도 했었다. 줌 상담이었고 마침 내가 집 근처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방문상담이었으면 그냥 펑크 났을 일이었다. 교문이 3개나 있는데도 굳이 1개만 개방하면서 도보로 통학하는 아이들과 차량으로 학교에 들어오는 특수학급 학생, 외부강사, 용역업체, 기타 용무의 사람들 모두를 안전에 취약한 상태로 밀어 넣고 불편하게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향후 학교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쉽게 말하면 학교 리모델링 사업) 추진 때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설명회를 개최하고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등 졸속 행정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교육청 일정이라 학교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변명했지만 설명회 하루 전 날까지 설명회에 누가 참석하고 어떤 내용을 다룰 건지 묻는 질문에 학교 측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 했었으니 솔직히 학교도 할 말이 없으리라.






이외에도 어처구니를 잃은 적이 상당했었지만…. 아무튼 나도 500명 이상의 조직에서 직장생활을 했었고 지금도 일을 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 학기 동안 이 학교에서 벌어진 이런 문제들은 뭐랄까… 굉장히 저차원적인 수준의 문제인 것 같다. 한마디로 조금만 신경 쓰면 안 일어날 사소한 문제들인데. 진짜 솔직히 말해서 사기업에서는 신입사원들이나 할 법한 사소한 실수들도 많은데 그런 것들이 그냥 막 일상적으로 날아온다. 당연히 그 공을 맞고 현타가 오는 건 학부모의 몫.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지, 왜 문제제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건지 한참을 길게 썼다가 결국 다 지워버렸다. 나도 교사 집안의 자녀였는데, 이 문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어느 한 집단에 전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들 사정이 있겠지. 어쨌든 학교는 아이를 전적으로 책임져주는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곳에서 던져 나오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구를 능숙하게 받아낼 정도로 우리 아이가 빨리 크기를 바랄 뿐.




주변 학교와 비교해보면 이 학교가 유독 이런 사건이 많긴 했다. 그냥 어쩌다 이상한 학교에 다니게 돼서 우리 집만 겪는 불편이라 생각하고 싶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저출산 시대에 학생수도 줄어서 한 학급에 18명밖에 안 되는 판에도 이렇게 관리가 안되는데 도대체 과거 한 반에 5~60명씩 있었던 시절에 어떻게 살았던 걸까. 다들 그냥 포기하고 살았던 걸까?




이래 놓고선 무슨 애를 학교에 맡기고 마음 편히 일하러 가라는 건지 위정자들은 현실을 아는 건지 마는 건지 나 참. 작년까지만 해도 애 학교 생활에 이렇게 관심 가질 줄 몰랐던 나인 투 식스 회사원 워킹맘으로서 지금 집에서 내 맘대로 재택근무한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더 이렇게 애 학교 생활의 민낯을 쌩으로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는 한 번 하고 갈 넋두리였는데 방학을 맞이해서 이렇게 털고 마무리해야겠다. 이제 학교 운영 불평불만 그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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