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다 머문다
머문 구절들을 모아본다
그리고 나름의 해석을 붙여본다
시가 꽃처럼 피어난다..
시가 피어나려면,
이전에 그것은 상처여야만 한다..
상처가 시가 되려면 나는 상처받아야 한다
상처받아 찢긴 몸을 꽃처럼 피어오르게 하려면,
그 몸을 부여잡고 오랫동안 고통스러워야 한다
갈기 갈기 찢긴 살점을 하나 둘 기워,
꽃잎 하나하나로 승화시킨다
승화된 상처는 비로소 시가 된다
시인은 이미 상처받은 영혼인 것일까,
아니면 상처받기 쉬운 영혼인 것일까
시를 쓰려면 이미 상처 덩어리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상처받지 않으려 하지 않아야 할 것인가
나는 이미 시를 쓸 수 있는 몸이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이미 시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이미 꽃이다
시가 피어날지도 (‘편집회의’ 중)
상처가 꽃이 되었다. (‘에든버러 북토크’ 중)
상처를 받아야 시가 나오는데… (‘편집회의’ 중)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
최영미 시집 중에서 발췌